"아베, 위안부 사과하라"던 루비오…'초강경 반중' 美국무장관 되나 [뉴트럼프 파워엘리트③]
" 리틀 마코(Little Marco). "
지난 2016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경쟁자인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에 붙인 별명이다. 신장이 약 175㎝인 루비오가 자신(190㎝)보다 작다는 점을 조롱했다. 이에 루비오는 “트럼프는 큰 키에 비해 손이 작다. 이런 사람의 다른 무언가(성기)도 작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트럼프가 TV토론에서 재반박하자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 경선이 성기 크기 대결장으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원색적인 ‘19금 난타전’까지 벌이던 두 사람은 8년이 지난 현재 누구보다 가깝다. 트럼프는 지난 6월 워싱턴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만난 뒤 루비오를 자신의 전용기에 태워 플로리다 집까지 데려다줬다. 다음날 루비오는 트럼프의 78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연설을 했다. 대권을 잡은 트럼프는 루비오에 중책을 맡길 생각을 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NYT·CNN 등은 트럼프가 루비오를 국무장관 후보로 지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임명된다면 미국 역사상 첫 라틴계 국무장관이다.
반(反)트럼프에서 친(親)트럼프로 변신
2020년 대선에선 트럼프와 조 바이든 후보의 TV 토론을 도왔고, 트럼프의 대선 패배 후에도 트럼프 곁을 지켰다. 지난 5월 트럼프가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중범죄 평결을 받자 “불로 불에 맞서 싸울 때”라며 강경한 말도 쏟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군 3명에까지 올랐다.
쿠바 이민자 아들…“김정은은 미치광이”
그는 과거 “나는 미국이 제공한 자유와 기회 덕분에 상원의원까지 될 수 있었지만 내 고향 플로리다와 달리 쿠바는 시민들이 독재·가난에서 허덕이고 있다”며 “한국과 북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자유와 풍요를 누리지만, 북한은 쿠바처럼 주민들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선 “수십 개의 핵무기와 장거리 로켓을 가진 미치광이”라고 비난했다. 루비오는 미 의회에서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의 기한을 연장하는 재승인 법안을 지난 2017년과 2023년 상원에서 2회 연속 발의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우호적 시각을 보여왔다. 2014년 1월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비무장지대(DMZ)도 방문했다. 2016년 대선 경선 당시엔 공화·민주 양당 후보 중 유일하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솔한 사과를 요구했다. ‘대통령이 되면 전용기로 방문할 곳이 어딘가’라는 질문에 “동맹을 찾아갈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한국, 일본을 차례로 언급했다. 같은 해엔 “한국은 (이미) 8억 달러의 (주한미군)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전략적·경제적으로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거부한다”는 등 트럼프의 동맹경시, 보호무역 기조와 배치되는 발언도 했다.
틱톡 금지법 주도…반중 드라이브 이끌 듯
루비오는 의회 내 대표적 반(反)중 인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에 반대하며 “레드 카펫을 깔아줘서는 안 된다”고 했고,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를 여러 차례 공개 제기하며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 제정에 앞장섰다. 중국계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에 대한 금지법 제정도 루비오가 주도했다. 연기금의 중국 투자 금지 법안도 추진 중이다.
화웨이의 미국산 반도체 사용 금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사업장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등도 강하게 주장해왔다. 트럼프의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정책에도 찬성한다. 이에 국무장관에 임명될 경우 미국의 대중 강경 드라이브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네오콘 의심…막판 뒤집힐 수도
이를 의식한 루비오도 트럼프 입장에 ‘코드’를 적극적으로 맞추고 있다. 4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안보 지원 예산법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고, 9월 NBC 인터뷰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협상을 통한 합의가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선 직후인 6일엔 “우리는 해외에서 어떻게 투자하고 무엇을 할지 매우 실용적이고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며 실용 외교를 표방했다.
☞마코 루비오(Marco Rubio)
1971년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쿠바 이민자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플로리다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가 됐다. 정계 입문은 29세 때인 2000년 플로리다 주의회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다. 2010년엔 최연소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됐고 이후 내리 3선을 했다. 루비오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호텔 바텐더, 청소부로 일하며 3남매를 키워냈다는 점을 내세우며 자신이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적 사례라고 이야기해왔다. 소수인종에 젊은 정치인이란 점 때문에 “공화당의 버락 오바마”라 불리기도 했다. 한국에선 2021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루비오가 쓴 ‘공공선 자본주의와 좋은 일자리’란 글을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하며 화제가 됐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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