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재곤 (2) 상경후 닭고기 소매업 종사하던 부모님 비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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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58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다.
부모님(김용권, 이이순)은 나를 낳은 뒤 세 명의 동생을 더 보셨다.
부모님은 나를 큰집에, 동생들은 외갓집에 맡기고 서울로 먼저 떠나셨다.
밤새 연탄가스가 부모님을 짓눌렀고 그렇게 두 분은 우리 곁을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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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가난 벗으려 생닭 노점일까지
동신중학교 입학한 첫해 10월쯤
초가을 연탄가스에 부모님 빼앗겨
나는 1958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다. 부모님(김용권, 이이순)은 나를 낳은 뒤 세 명의 동생을 더 보셨다. 53년 7월 말 6·25전쟁이 끝나 당시는 전후 복구로 온 나라가 들썩일 때였다. 모든 게 부족했고 시골의 결핍은 더욱 심했다.
늘 배고팠지만 행복했었다.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했던 고향 마을에서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가난을 벗어나야 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은 나를 큰집에, 동생들은 외갓집에 맡기고 서울로 먼저 떠나셨다. 우리를 부른 건 1년이 지난 뒤였다.
6학년이던 1969년 4월 서울로 향했다. 행복만 가득할 것 같던 시절이었다. 대도시의 인파 속에서도 여전히 가난했지만 그래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가득했다. 60년대 말 사당동은 흑석동에서 배를 타야 닿을 수 있었다. 지금처럼 동작구도 아니고 영등포구였다. 세월이 지나 모두 아파트촌으로 변한 자리엔 판잣집이 즐비했다. 산기슭에 얼기설기 축대를 쌓아 올려 위태롭게 지은 집 중 하나가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였다.
여섯 식구가 칼잠을 자야 했던 그 비좁았던 집. 그 집에서의 추억은 그리 길지 못했다. 부모님은 시장 입구 노점에서 생닭을 팔고 서울 여러 동네에 닭 부산물을 납품했다. 닭과의 만남은 이런 우연으로 시작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친척 중 한 분이 닭고기 유통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에게 소매를 알선하셨다. 아버지는 닭 부산물을 갈월동과 남영동, 후암동 일대 식당에 판매했고 어머니는 노점을 지키셨다. 먹고 사는 게 우선이었다. 나와 동생들 모두 바로 전학을 못 했고 1년을 놀았다.
사당동 산동네는 우리의 놀이터였다. 비탈을 구석구석 다니며 놀았다. 그러면서 중국 음식점과 자개농 공장에서 잠깐씩 일도 했다. 그땐 그런 시절이었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각별하셨다. 바쁜 가운데 고창에 있는 나의 초등학교까지 가셔서 졸업증명서를 발급받아 오셨다. 중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입학한 학교가 동신중학교였다. 정식인가를 받지 못한 고등공민학교였지만 기쁘고 감사했다. 집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신문 배달을 하고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며 학업을 이어갔다. 동기생보다 나이 든 학생이었지만 뭔가를 배우는 게 무척 좋았다. 하지만 이 행복은 길지 않았다.
중학교에 입학한 이듬해 10월 초였다. 사촌 형이 땀을 뻘뻘 흘리며 산길을 뛰어 학교에 왔다. “재곤아, 당숙과 당숙모가 돌아가셨다.” 대체 무슨 말이지. “아니 형, 형 부모님이 돌아가셨단 말이야?”라고 되물었고 “아니, 너희 부모님이 돌아가셨어”란 말이 돌아왔다. 나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기가 막혔다. 당시 부모님은 사촌 형이 마련해 준 이문시장에서 장사하셨는데 오가는 길이 멀어 종종 가게 한쪽에서 주무시곤 하셨다. 그날도 그랬다. 그해 10월은 이른 추위가 찾아왔다. 부모님도 이 가게에서 첫 추위를 맞으셨다. 연탄아궁이와 연통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불을 피운 게 화근이었다. 밤새 연탄가스가 부모님을 짓눌렀고 그렇게 두 분은 우리 곁을 떠나셨다. 14살. 나는 그렇게 고아가 됐다. 동생들은 더 어렸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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