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더 큰 분열·갈등 담고 돌아온 ‘오징어 게임2’

기훈 우승 후 3년 뒤 이야기 그려
OX 투표 통한 ‘구별’ 중요한 테마
황동혁 감독 “만족스런 시즌2 나와”

다음 달 26일 공개되는 ‘오징어 게임2’는 전편보다 스케일이 커지고 담은 이야기도 깊어졌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을 OX 투표로 상징화했고, 바닥에 설치된 OX LED 조명으로 이를 시각화했다. 등장인물은 나이가 어려지고, 관계성이 강화됐다. 넷플릭스 제공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가 다음 달 26일 공개를 앞두고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12월 대전 세트장 공개, 지난 8월 기자간담회가 진행됐지만, 작품 내용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이달에서야 공개가 이뤄졌다.

‘오징어 게임2’는 기훈(이정재)이 게임에서 우승하고 3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기훈은 이 잔혹한 게임을 끝내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한번 게임에 참가한다.

황동혁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시즌2의 저주’에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지난 8월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황 감독은 “시즌2를 만든다는 게 어느 나라의 크리에이터에게도 쉬운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어떤 작품에 바칠 수 있는 노력을 생각해보면 이 작품에 다, 제일 많이 쏟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시즌2가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2’는 시즌1보다 투표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전 시즌에서는 첫 게임이 끝난 후에만 게임을 계속할지를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면, 이번엔 게임이 끝날 때마다 투표한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을 OX 투표로 상징화해 담아냈다.

황 감독은 “전 세계가 종교, 이념, 배경, 성별, 인종으로 인해 분열과 갈등, 증오 같은 것들이 일어나고 점점 더 격화하고 있다”며 “그런 것들을 시즌2에 좀 더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O와 X로 나뉜 집단들이 어떻게 갈라지고, 어떻게 서로를 증오하고, 대립하고, 갈등하는지를 묘사해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풍자적인 요소로서 선거 시스템과 O와 X를 통한 ‘서로 간의 구별’을 시즌2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로 녹여냈다”고 덧붙였다.

천방지축이었던 시즌1과 달라진 기훈의 모습은 이번 시즌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작품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지점이다. 또 시즌1에 비해 게임 참가자들의 나이가 어려졌는데, 이는 코인, 인터넷 도박, 전세 사기 등으로 큰돈을 잃는 사람들의 나이가 낮아진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 것이란 설명이다. 모자(母子), 과거 연인, 친구 등 게임 참가자 간 관계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시즌1과 달라진 점이다.

지난해 12월 방문한 ‘오징어 게임’ 세트장에서도 시즌1과 달라진 점들이 확인됐다. 가장 큰 차이점은 참가자들이 머무는 대형 숙소 바닥에 설치된 OX LED 조명이다. 시즌1과 2의 공간을 디자인한 채경선 미술감독은 “기훈의 복수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흐름을 고려해 (전체적인) 조명을 어둡게 설계했고, 그 어두움 속에서 OX의 불이 밝혀졌을 때의 대비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 했다”며 “OX의 직관적인 느낌은 ‘너와 나는 다르고, 내가 맞고 너는 틀리다’는 대립의 시각이지 않나. 그런 의미를 전 세계적으로 기호화된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세트장 규모도 전반적으로 키웠다. ‘오징어 게임’의 상징적인 공간인 미로 계단의 크기는 314㎡(95평)에서 396.7㎡(120평)으로, 대형 숙소는 1322㎡(400평)으로 커졌다.

‘오징어 게임’은 내년 시즌3도 공개된다. 황 감독은 “시즌3로 끝나게 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을 통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다”며 “여기서 파생되는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도 바로 이어서 할 것 같지는 않다”고 귀띔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