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주의 무너뜨리는 정치권의 사법 재판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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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선고 날 친명 법원 앞 대규모 시위
여야 모두 재판 영향 주려는 언행 중단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15일)과 위증교사 혐의(25일) 사건의 1심 선고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재판 개입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 대표의 당내 친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는 이 대표 무죄판결 탄원을 위한 서명운동에 1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면서 탄원서를 곧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또 선고 당일엔 법원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 50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지방의원 1700여 명도 이 대표의 무죄판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재판은 판사가 오직 법리에 따라 결론을 내리는 절차다. 법정 외부의 환경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는 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이 대표 재판은 이 대표의 개인 혐의가 문제가 된 것일 뿐 민주당 자체는 관련도 없는 사안이다. 그런데 입법부를 장악한 거대 야당이 당의 오너를 구하겠다고 당력을 총동원해 재판부에 무죄 선고 압박을 가하는 건 그야말로 위험한 반민주적 행태다.
민주당은 최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서울고등법원장 등에게 공공연히 “이 대표의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압박을 가했다. 장외의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 대표에게 유죄가 선고될 경우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판사도 사람인데 거대 정당에서 이런 식의 얘기가 나오면 어찌 부담을 느끼지 않겠나. 특히 선고하는 날 법정 인근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는 건 판사에 대한 물리적 위협이나 마찬가지다.
사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어제 “이재명 대표가 재판 생중계를 당당히 요청해야”(한동훈 대표), “재판 생중계를 거부하는 자가 유죄”(유상범 의원)라며 재판 생중계를 요구했다. 진종오 최고위원은 11일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이 대표 재판 생중계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재판 생중계는 재판장이 결정할 일이지 정치권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성격이 아니다. 판결을 함부로 예단하는 것도 사법부의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다. 윤상현 의원은 그제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선거법 재판에서 “(벌금) 80만원이 (선고)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이면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에 법원이 부담을 느낄 것이란 얘기다. 이는 법원이 법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에 종속될 것으로 비하하는 발언일 뿐이다.
정치권이 법원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정신을 뒤흔드는 것이고, 민주주의의 뿌리를 파괴하는 행태다. 여야는 재판에 개입하려는 모든 언행을 중지하고 겸허히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재판부도 외부 압박에 신경쓰지 말고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을 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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