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민·관·군 협력해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해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북·러는 그동안 “그런 일이 있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이면서 “국제법에 부합되는 행위”라고 강변해왔다. 떳떳하지 않은 거래를 애써 감추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지난 6월 서명한 북·러 조약에 대해 결국 푸틴에 이어 김정은이 최근 서명하면서 북한군 1만여 명이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할 태세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가세하면서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을 둘러싼 안보 상황이 우려스럽게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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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러 조약 비준, 곧 전투 돌입
안보에 심대한 악영향 줄 북 파병
정보취합, 상황예측 등 역할 필요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만 하더라도 압도적인 무기와 장비를 앞세운 러시아군이 손쉽게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국제법을 어긴 러시아의 불법 침공을 격퇴하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러시아 전차와 장갑차 등 기동장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진흙 구덩이(라스푸티차)와 늪지대에서 전혀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화력조차도 보잘것없어 지금껏 70여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푸틴은 전쟁 중인 국가 지도자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줄곧 여유 있는 포커페이스를 드러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고, 이를 극복하는 고육책으로 북한을 병력 보충 기지로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마침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 완성에 조바심을 내던 김정은의 처지를 이용하기에 유리한 환경이었다. 북·러 군사 밀착은 탄약과 탄도미사일 등 북한의 재래식 무기 지원을 시작으로 급기야 1만 명을 넘는 병력 지원으로 확대됐다.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외무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의 그 날까지 언제나 러시아 동지들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고, 그 규모는 계속 불어날 것이다.
북한 군인들의 현대전 경험은 직접 전쟁을 경험하지 못하는 우리 국군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다. 또한 반대급부로 북한에 제공될 러시아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핵 추진 잠수함, 전략 폭격기 등은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위협 요소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전쟁이 끝난 이후 한반도 위기 고조 시 러시아 군대가 북한에 개입하거나 주둔할 수 있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적어도 북한과 러시아 군대의 정례적 연합연습이나 훈련이 시작될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임기가 시작되면 곧바로 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북한이 자신들도 참전국이라고 주장하며 종전 협상에 참여해 대북제재 해제와 핵보유국 인정 등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향후 야기될 불안정 요소에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전쟁은 대한민국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모두 우리의 우방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어느 정도까지 호응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불편해질 한·러 관계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풀어야 할 문제다.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대응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현행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기존 정부 조직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히 감당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민·관·군 전문가가 총동원돼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강구하고 헤쳐나가야 할 중대한 문제다.
가칭 ‘우크라이나 대응 센터’를 발족하길 제안한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도발 대응 때처럼 별도 조직(TF)을 구성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전쟁의 향방을 예측하며,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여기서 대국민 브리핑도 전담하는 등 종합적인 임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유럽 땅에서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끼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조치가 필요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태오 한국·유엔군사령부 친선협회 부회장, 전 수도군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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