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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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X 계정에는 '세계에서 가장 쿨한 독재자'라는 자기소개 문구가 적혀 있다.
그렇게 밀어붙인 새로운 생각 하나는 2021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거였다.
부켈레는 전자지갑을 보급하고, 비트코인 ATM(달러로 바꿔주는)을 도입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비트코인 값이 폭등해 수익률 100%에 육박하자 부켈레는 X에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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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X 계정에는 ‘세계에서 가장 쿨한 독재자’라는 자기소개 문구가 적혀 있다. 그가 2017년 창당해 현재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여당은 ‘새로운 생각’이란 당명을 가졌다. 두 문구를 조합하면 ‘새로운 생각을 독재자처럼 밀어붙이는 대통령’이 되는데, 정말 그렇게 해왔다. 사법부를 길들이려 60세 이상 판사를 죄다 해고했고, 헌법의 단임 규정에도 재선 출마를 강행해 당선됐고, 그 선거운동을 위해 대통령직 무급휴가를 내면서 자신의 비서실장을 권한대행에 앉혔다.
그렇게 밀어붙인 새로운 생각 하나는 2021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거였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미국 달러를 법정화폐로 써온 터에 비트코인을 공용화폐로 추가했다. 부켈레는 전자지갑을 보급하고, 비트코인 ATM(달러로 바꿔주는)을 도입했다. 정부 예산을 들여 비트코인을 대거 매수했고, 화산의 지열 발전을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에 뛰어들었다. 국제통화기금이 위험한 실험을 말렸지만, 쿨하게 무시했다.
도박 같은 실험을 부켈레는 포커판 갬블러처럼 이끌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법정화폐가 된 첫날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1년여 만에 반토막이 됐는데, 떨어질 때마다 추가 매수에 나섰다. “개당 10만 달러”가 될 거라면서, “저가 매수 기회”라면서 계속 사들였고, 걱정하는 이들에겐 “가격 차트에 연연하지 말고 인생을 즐기라”고 했다. 하나도 팔지 않고 국고에 사 모은 비트코인이 지금 5300개가 넘는다. 촉이 좋은 건지, 운이 좋은 건지 결국 대박이 났다. 트럼프 당선 이후 비트코인 값이 폭등해 수익률 100%에 육박하자 부켈레는 X에 이렇게 썼다. “내가 이럴 거라고 했잖아.”
당초 제시한 비트코인의 경제 효과(투자 유치 등)는 거의 실현되지 않았으니 나랏돈 갖고 한바탕 투기를 벌인 셈이다. 국가를 이렇게 운영하면 안 되는 건데,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지지율이었다. 갱단 척결에 성공한 부켈레는 80%대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처럼 무모한 국정 운영도 용인될 만큼 지지율의 위력은 크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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