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중 목사의 선교적 삶] 환대의 삶을 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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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추운 겨울날 한 한센인이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를 찾아와 하룻밤 묵고 가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따뜻한 물로 진물 나는 손님의 상처를 씻어준 뒤 저녁 식사를 극진히 대접한 프란치스코는 하나밖에 없는 방에서 그와 함께 잠을 잤다.
조슈아 지프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교수는 그의 책 '환대와 구원'에서 이렇게 말한다.
환대는 구호가 아니라 삶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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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추운 겨울날 한 한센인이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를 찾아와 하룻밤 묵고 가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의 얼굴과 손은 문드러져 있었고 다 해진 신발 사이로 썩어가는 발가락이 보였다. 그럼에도 프란치스코는 자기 옷을 벗어 그를 감싸고 집으로 들였다. 따뜻한 물로 진물 나는 손님의 상처를 씻어준 뒤 저녁 식사를 극진히 대접한 프란치스코는 하나밖에 없는 방에서 그와 함께 잠을 잤다.
그날 밤 프란치스코의 꿈에 예수님이 나타났다. 예수님은 그의 손을 잡으며 “오늘 대접 잘 받았다. 고맙다”고 말씀했다. 깜짝 놀란 프란치스코가 깨어 보니 같은 방을 썼던 한센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대신 그가 잠을 청했던 자리엔 진한 향기가 묻어났다. 한센인인 줄 알고 극진히 손님을 대접했는데 알고 보니 주님께서 한센인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지금 우리는 확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환대의 삶을 살면 부지불식간 예수님을 대접하게 된다는 것이다.(마 25:34~40)
조슈아 지프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교수는 그의 책 ‘환대와 구원’에서 이렇게 말한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환대의 하나님이다. 자기 백성에게 환대를 베풀 뿐 아니라 자기 백성이 다른 이에게 환대를 베풀도록 요구하는 하나님이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환대의 하나님이다. 우리가 죄인이었을 때도 하나님은 일방적인 환대, 곧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인 십자가의 환대를 베풀었다.(롬 5:8) 우리는 십자가의 환대를 받을 만한 자격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 환대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놀라운 은혜를 받았다.
초대교회 성도는 이 십자가 환대를 깨달았기에 서로의 필요를 위해 가진 것을 나누는 환대의 삶을 살았다.(행 2:44~45) 이들은 서로에게 관대했고 필요한 이들에게 자기 것을 기꺼이 나누며 지냈다. 환대는 영어로 ‘호스피털리티(Hospitality)’이다. 이는 초대교회 이래로 그리스도인의 거룩한 전통이었다. 환대는 인류 역사에 두 가지 엄청난 유산을 남겼다. 하나는 ‘병원(Hospital)’이고 다른 하나는 ‘숙소(Hostel)’다.
로마제국 말기까지도 오늘날처럼 시민을 위한 병원은 없었다. 고대의 의사는 오직 황제와 귀족만을 위해 존재했다. 그러나 신앙의 선배인 초대교회 구성원에 의해 인류 역사상 최초의 병원이자 호텔이 세워졌다. 초대교회 교부 바실리우스가 372년 카파도키아 지역 카이사레아에 세운 ‘바실리아드’이다. 바실리아드는 여행자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숙소이자 환자를 위한 병원이었다.
370년 카이사레아 교회 주교로 부임한 바실리우스는 가난한 이들을 환대하는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가난과 굶주림에 지친 이들을 맞아들이고 병든 사람을 치료하며 나그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중심에는 교회가 있었다. 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소와 쉼터, 전염성 환자를 격리·수용하는 병원, 의료진과 간병인의 숙소 등도 두루 갖췄다. 이들 시설은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일종의 도시의 형태를 띠었다. 사람들은 바실리아드를 ‘사랑의 신도시’라고 불렀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도 ‘신도시’가 꽤 있다. 안타깝게도 가난하고 힘없고 나그네 된 이들은 이 신도시에 발붙이기 힘들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위한 바실리아드 신도시가 될 수는 없을까. 한국교회가 세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환대가 흘러넘치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길 소망한다. 환대는 구호가 아니라 삶이어야 한다. 이웃 중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 내가 가진 작은 것을 나누는 것. 이 환대의 삶을 실천하는 게 오늘 우리가 살아야 할 선교적 삶이다.
주승중 주안장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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