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사회의 병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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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사립대들은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을 대거 승인했다.
일부 국립대가 막바지 설득 노력 중이나 마음을 바꿔 돌아올 의대생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대생들의 '개인적 사유'가 정당한지 따질 것이며 동맹휴학은 금지란 말도 있었으나, 정부의 마지막 자존심에 가까운 설명이었다.
구성원마다 사회에 붙이는 병명이 제각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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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사립대들은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을 대거 승인했다. 일부 국립대가 막바지 설득 노력 중이나 마음을 바꿔 돌아올 의대생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대생들의 ‘개인적 사유’가 정당한지 따질 것이며 동맹휴학은 금지란 말도 있었으나, 정부의 마지막 자존심에 가까운 설명이었다. ‘개인적 사유’가 애초 구체적 이유를 대지 않겠다는 말로 이 사회에서 통용된다.
정부와 대학은 의대생들에게 읍소하다 1학기와 2학기의 경계를 허물었고 주말 수강도 허용했다. 가을이 올 때까진 대학 총장들이 나서서 설득했다. 하지만 흘러가는 학사일정 속에서 11월을 넘기지 못했다. 이러니 의사 이기는 정부가 없다 했던가, 정부 관계자는 휴학 처리 질문을 받다 지쳐 “어느덧 문제의 출발은 모두가 잊었다”고 말했다. 의사를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가 없었다면 이토록 많은 개인적 사유가 발생했을지, 알 수 없다.
정부가 모양이 빠진 것으로 보이나 얼마큼은 자업자득인 면이 있다. 이 사회는 전장연이 지하철을 세우고 화물연대가 파업할 때 지금처럼 세심하게 기다려주지 않았다. 학교 성적 때문이라면 너무 유치하지 않은가. 다른 집단과 직역에의 대응과 다르지 않으냐고 관료들에게 여러 번 물었었다. 그런 때마다 정부가 오히려 감싸줬다는 것을 현장 떠난 의사와 학생들이 아는지, 알 수 없다. “국민 생명과 관련된 특수한 직역이다” “법 그대로의 대응보단 현장을 생각해줘야 한다”는 말들이 돌아왔었다.
의사를 악마화한다 항변하지만 실제 누구도 그렇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안다. 우리말보다 ABC를 먼저 읊는 영어유치원의 끝에는 의대가 있다.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서울 응시생의 절반은 ‘n수생’이다. 정부는 “소득 걱정할 필요 없다” “‘사법리스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떤 개혁이 이토록 처우를 걱정해 달래고, 또 어떤 직역이 27년간 1명도 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몇 해 전 의료사고로 세상 떠난 후배 가족이 ‘리스크’ 기사에 분노하지 않을까 걱정한 적도 있다. 많은 이들이 사태를 예견했으며 지나고 나서 현자가 됐다. 2020년엔 문재인이었고 2024년엔 윤석열이므로 자신이 한 말이 뒤집혀도 관계 없었다. 별볼일 없던 훈수의 공통점은 정책을 정치로만 보려는 시도들이었다. 일단 2000명을 던진 뒤 그럴싸하게 숫자를 줄이며, 누군가를 협상 영웅으로 만들 것이라 내다본 정치인도 있었다. 사람들은 정부 고집을 욕하는 편이다. 총선을 앞둔 승부수 띄우기였다는 말도 많았다. 의대 증원은 여당 총선백서에서 ‘해병대 채상병’ 다음 줄에 적혀 있다.
마음에 남는 말들은 이런 것들이다. 어느 교수는 “드디어 동문 단톡방에서 ‘이제 이런 뉴스는 그만 올리자’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의사를 늘릴 원인이던 ‘응급실 뺑뺑이’ 사연들이, 언젠가부터는 돌연 정부를 조소하는 근거가 되더란 것이었다. 환자단체 사람은 “지금 모든 게 다 거짓말 같다”고 말했다. 긴 사태 피해자인 중환자와 그 가족들은 잊혀졌고, 정치인의 힘겨루기 같은 것만 남았다는 회고였다. 여·야·의·정 대화가 무의미했다는 말은 그에게 상처다. 구성원마다 사회에 붙이는 병명이 제각각일 것이다. 누군가는 정부의 졸속부터 진단하고 싶겠으나, 모순부터 돌아보자 말하고 싶다. 휴학한 의대생 다수는 14일 수능 고사장에 들어간다. 이들에게 의대 증원이란 좋은 일이었을까, 나쁜 일이었을까. 수능 지문에 의료개혁이 나오면 진심으로 풀어야 할까, 영리하게 풀어야 할까. 모두가 의사를 몇 명 양성할 것인지에 구체적 관심이 있다. 어떤 의사를 양성할 것인지 말해보려는 건 사치 같다.
이경원 정치부 차장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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