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규제완화 등 실기하면 셀코리아 못 되돌린다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8월 초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당시 폭락 사태는 인공지능(AI) 관련주의 거품설이 나오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임박했다는 공포와 맞물려 전 세계 증시가 충격을 받은 사건이었습니다. 하락 폭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많아 미국·일본 등은 회복세를 넘어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유독 한국 증시만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다 최근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원화가치도 시장에서 달러당 1400원 선을 내주고 주저앉았습니다.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입니다. 그런데 그가 공언하는 ‘관세 장벽’의 영향은 한국 뿐 아니라 수출 중심 국가들 모두에게 미칩니다.
문제는 한국이 유독 나쁜 쪽으로 강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처럼 수출 의존적인 데다 TSMC 한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대만 자취안(가권) 지수도 이 정도 약세는 아닙니다.
더욱 섬뜩한 것은 최근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속도가 가파른데, 이들의 매물을 받아주던 국내 투자자의 관심도 차가워진다는 점입니다. 한국 금융시장이 내·외국인 모두에게 투자 매력과 신뢰를 잃고 있는 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쟁으로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의 마련은 늦어지고, 세법·상법 등 제도 개선이나 규제 완화는 더디기만 합니다. 속도 이전에 방향성에 대한 합의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금융시장은 늘 변합니다. 반등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지고 난 뒤에는 어떤 정책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승녕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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