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 검사 직무정지 수단인가…정치 목적 남발은 그만 [김후곤이 소리내다]

김후곤 2024. 11. 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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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탄핵 소추는 헌법상 탄핵 제도 취지에 어긋나고, 대상자의 직무수행 정지로 인한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에서 터졌다. 2003년 3월 노무현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검찰개혁을 화두로 내세웠다. 전국 평검사 회의,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 등 일련의 과정에서 법무부 소속 검사들마저도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정권이 추진하는 일방적인 개혁 조치에 대해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정권과 각을 세우는 등 위기감이 감도는 시절이었다.

필자는 노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당시 법무부 송무과 소속으로 법무부 대응팀에 참여했다. 당시 대통령과 장관의 무리한 개혁에 대해 반대했던 검사들조차 당시 거대 야당 연합(한나라당, 자유민주연합, 새천년민주당)이 주장하는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법무부 소속 10여 명 이상의 검사들은 헌법과 법률의 중대한 위반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탄핵을 함부로 정략적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식했다.


마구잡이 탄핵은 국회 다수당의 권한 남용


그러나 국회의 탄핵 소추로 인해 대통령의 직무 정지는 계속되었고, 몇 달이 지나서야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탄핵 소추는 이렇게 기각됐지만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국정 운영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했다. 무리한 탄핵 추진의 역풍으로 다음 총선에서 탄핵 추진 세력은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소수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것도, 그에 도취해 무리한 개혁을 추진하다 정권을 넘겨준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 다수는 고위공직자에 대해 직위를 파면해야 할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최후의 수단으로 심사숙고하여 발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 탄핵 제도라는 교훈을 얻게 된다.

하지만 당시 무리한 탄핵을 반대하며 거리로 나섰던 정치 세력들이 이제 다수당의 일부가 되자 역으로 검사들을 대상으로 무리한 탄핵을 추진하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탄핵 제도는 중대한 법 위반이 있는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하여야 함에도 역대 국회는 38건의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이 중 검사를 상대로 탄핵 소추를 하거나 발의한 사건만도 10여 건에 이르러 단일 공직자 직군으로는 가장 많다. 물론 지금까지 검사에 대해 단 1건도 탄핵이 인용된 사례는 없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7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70명이 발의한 강백신 검사 등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4건이 국회 본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어 있고, 11월 중에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까지 탄핵 소추하여 직무를 정지시키겠다고 한다. 표면적 이유는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수사가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통령 부인 불기소처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라는 것인데, 무엇이 중대한 위법이라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문제는 헌법과 법률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기각될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다수당의 횡포로 탄핵 소추가 되면 바로 ‘직무 정지’가 되어 국가기관의 심각한 기능 마비 내지 정지 상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공직자 개인에게는 아무런 구제 절차 없이 3개월 이상의 ‘정직’과 같은 중징계를 당하는 부당한 결과가 뒤따른다. 안동완 검사는 8개월, 이정섭 검사는 9개월의 직무 정지 기간을 거쳐 탄핵 기각 결정을 받았다.

「 수개월 공백으로 부작용 심각
독일은 헌재가 직무 정지 결정
‘중대한 법 위반’ 조건 맞아야

탄핵 제도를 두고 있는 영국·미국·프랑스·독일·일본 등의 경우를 봐도 탄핵소추 의결이 되면 자동으로 직무 정지가 되는 예는 찾기 어렵다. 검사가 탄핵 대상인 나라도, 검사가 직무상의 불법을 이유로 탄핵당한 사례도 없다. 일례로, 독일의 경우 엄격한 탄핵 소추 절차를 두어 소추가 되더라도 직무 정지를 명하려면 별도의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독일기본법 제61조 제2항은 ‘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대통령이 기본법 또는 기타의 연방 법률을 고의로 침해하였다고 확정할 경우, 그에 대한 대통령직의 상실을 선언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도 ‘탄핵 소추 후 연방헌법재판소는 가처분으로 연방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탄핵 소추가 되더라도 바로 직무 정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즉 탄핵 소추가 있더라도 직무 정지라는 중대한 결정은 헌재의 사법심사 대상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이것이 헌법 정신에도 맞고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균형 있는 수사 했는지 검찰도 반성해야


다른 어느 나라의 경우도 탄핵 소추로 인해 바로 직무 정지가 된 사례를 찾기 어려운데, 우리 법은 왜 이렇게 규정되었는지 유래조차 알기 어렵다. 이로 인해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할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입법부가 가진 권한을 남용하여 수사 검사의 직무를 몇 달만이라도 정지시켜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 조직도, 일부 검사들도 이런 사태를 초래한 책임이 없지 않다. 과연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신속하게 권력자에 대한 수사를 해왔는가. 권력자와 대척점에 있는 정치 세력에 대한 수사는 지나칠 정도로 가혹하지 않았는가. 뼈저린 반성과 내부 개혁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검찰 사건의 90% 이상을 처리하고 담당하는 형사·공판부 검사들의 처지와 불만을 제대로 파악하여 인력을 재분배하고, 신속한 사건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틀도 재정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에 대한 불만을 탄핵으로 단죄해 보려는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다. 탄핵 제도를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오·남용하는 것은 오히려 탄핵 제도를 희화화하고, 꼭 필요할 때 사용할 소중한 칼날을 무디게 만드는 것이다.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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