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기흥 측근들이 이기흥 심사…체육회 공정위, 공정 맞나
공정(公正). ‘공평하고 올바름’이란 뜻을 담은 단어다. ‘페어플레이(fair play)’를 핵심 가치로 삼는 스포츠의 정체성과 일맥상통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12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결정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체육회를 공정성 논란에 빠뜨렸다. 심지어 명칭에 ‘공정’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기구의 결정이라 반향이 더 크다.
공정위는 이날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3선 도전을 결심한 이기흥 체육회장의 차기 회장 선거 출마 자격을 인정했다. 공정위는 결과를 공표하지 않았지만, 체육회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지난 4일 진행한 공정위 소위원회 논의에서 출마 허용 기준(60점 이상)을 한참 상회하는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출석인원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아 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심사 기준은 정량 평가(50점)와 정성 평가(50점)로 나뉜다. 각각의 채점 기준과 배점도 정해져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열리기 전부터 체육계 안팎에서는 “채점표와 상관없이 공정위원들이 이 회장에게 3선 출마 기준에 못 미치는 점수를 부여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공정위를 구성하는 인사들이 모두 이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병철 공정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간 이 회장의 특별보좌역을 맡았던 측근 인사다. 나머지 공정위원들도 이 회장이 직접 임명한 인물들이다. 이 회장이 직접 앉힌 사람들이 이 회장을 심사하는 블랙코미디에 대해 체육계 안팎에서는 “사실상의 셀프 심사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 회장은 현재 각종 비위 혐의로 인해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지난 10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이하 점검단)이 발표한 체육회 비위 여부 점검 결과에 따르면 직원 부정채용(업무 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 사적 사용(횡령), 예산 낭비(배임) 등 종류도 다양하다. 관련 수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맡는다.
하지만 이 회장은 관련한 조사 요구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이어 지난 11일 문체위 현안 질의에 잇따라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국내·외 출장을 이유로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현안 질의 하루 전 사비 1000만원을 들여 급히 해외로 떠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도피성 꼼수 출장’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 회장은 문체부가 11일 직무 자격정지 조치를 내리자 이튿날 곧장 서울행정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기민하게 대응했다.
각종 비위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이 회장은 여전히 3선 도전을 통한 장기집권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공정위가 차기 선거 출마 자격을 인정하며 스포츠의 최고 가치인 공정과 페어플레이 정신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체육계 관계자들은 “드러난 의혹 앞에선 눈을 감고 여론에는 귀를 닫는 공정위가 과연 공정한 조직이 맞는지, 다른 이들의 공정성 여부를 검증할 자격이 되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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