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마구 돌진, 35명 숨졌다…中에어쇼 행사장 인근서 참극
제15회 중국 국제에어쇼가 열리는 남부 광둥성 주하이(珠海)에서 고의로 의심되는 차량 돌진 사고가 발생해 사상자가 78명 나왔다.
12일 중국 주하이시 공안국은 "11일 오후 7시 48분(현지시간) 주하이시 체육센터 안에서 중대 사건이 발생했다"며 35명이 숨지고 43명이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시 운전자 판 모(62·남)가 몰던 소형 오프로드 차량이 체육센터로 돌진해 센터 내 도로에서 운동 중이던 시민들을 쳤다. 이후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힌 운전자 판은 차에서 칼을 들고 목 부위 등에 자해했다. 판은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찾지 못해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경찰은 현장 조사와 영상 등을 토대로 운전자 판이 이혼 후 재산 분할 결과에 불만을 갖고 이 같은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명보(明報)는 사고가 발생한 곳이 현지 주민들이 운동과 산책을 위해 자주 찾던 400m 길이의 보행자 전용 구역이었다고 전했다.
명보는 목격자들을 인용해 "회색 오프로드 자동차 한 대가 (광장을) 왔다 갔다 하며 추돌한 뒤 도망쳤다"며 "많은 사람이 부딪힌 뒤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고, 땅에 혈흔 등이 많았다"고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CNN에 따르면 부상자 중 상당수가 중장년과 노인층이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도 있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 등에는 사건 현장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 등이 유포됐으나 곧 당국에 의해 검열·삭제됐다.
명보는 "일부 네티즌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당원들에게 온라인 채팅방에서 '긍정적 가이드'를 제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BBC는 "이 사건은 대규모 민간·군사용 에어쇼인 주하이 에어쇼가 개최돼 보안이 강화된 상황에서 발생했다"면서 "이 사건이 불과 40㎞ 떨어진 곳에서 시작된 주하이 에어쇼와 관련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 에어쇼에서 최신 전투기와 공격용 드론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도 이 에어쇼를 참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1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차량 돌진 사고와 관련해 중요 지시를 발표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 사건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면서 "부상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살인자는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BBC는 최근 몇 달간 중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에는 한 남성이 상하이(上海)의 한 슈퍼마켓에서 칼부림 소동을 벌여 3명이 죽고 여러 명이 다쳤다. 같은 달 중국 남부의 한 학교 근처에서 10세 일본인 초등학생이 중국 괴한이 휘두른 칼에 찔린 지 하루 만에 사망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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