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 로그라이크 더한 SRPG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
장르, 플랫폼 다변화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카카오게임즈에서 SRPG 신작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이하 위선의 마녀)를 지난 5일 스팀 얼리액세스로 선보였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로 합류한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가 개발한 이 게임은 지난 2022년에 출시했던 ‘로스트 아이돌론스’의 외전격 작품이다. 전작인 ‘로스트 아이돌론스’는 국내에서 흔치 않은 스토리 중심의 SRPG 장르 첫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완성도로 호평 받았으나, 기대만큼 높은 판매량을 보이지는 못했다. 장르 자체가 마니아 위주이며, 이미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인기 시리즈들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신생 IP의 한계를 넘지는 못한 것이다.
그래서 정통 SRPG 장르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던 전작과 달리, ‘위선의 마녀’는 좀 더 과감해졌다.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SRPG 전투를 좀 더 발전시키고, 로그라이크 요소를 더한 것이다. 사실 이 게임을 즐기기 전에는 캐릭터를 차근차근 성장시키며 스토리를 즐기는 SRPG와 죽으면 다시 시작하는 로그라이크를 섞는다는 것이 ‘과연 어울릴까?’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위선의 마녀’ 개발진들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을 섞어서 새로운 맛을 만들어냈다.
전작의 세계관을 이어가는 이 게임은 주인공이 고립된 섬으로 향하다가 난파 당해 죽게 되고, 마녀를 만나 부활하면서 시작된다. 다시 찾은 목숨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도중에 만나는 여러 동료들과 힘을 합쳐 적들과 싸우게 되며, 그 과정에서 동료들의 스토리와 섬에 관련된 여러 가지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일반적인 SRPG라면 1자 진행으로 죽 이어지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스토리를 감상하는 형태가 되겠지만, 이 게임은 로그라이크 요소를 더한 덕분에 한단계씩 전진할 때마다 선택의 갈림길이 생긴다. 처음 시작하면 전투에 영향을 주는 각종 유물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되고, 눈 앞에 보이는 갈림길 중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보상을 주는 쪽을 선택해서 전진하게 된다.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은 전작과 동일하다. 최대 출전 인원은 여러 동료 중에 최대 5명까지 골라서 출전하게 되며, 2가지 무기를 실시간으로 교체해서 싸울 수 있고, 각 무기 및 방어구마다 상성 관계가 있어서 상황에 따라 더 유리한 무기를 활용해 적들의 체력을 최대한 깎으면 된다.
물가에 들어가서 몸이 젖은 적을 번개 마법으로 공격하면 더 큰 대미지가 들어가고, 공격자 주변에 아군이 위치해 있으면 협력 효과가 발생하는 등 여러 가지 부가 요인들이 더해져 있으며, 선택을 잘못했을 경우 원하는 지점으로 되돌리는 기능도 3번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전략의 깊이는 다른 유명 게임 못지 않게 잘 준비되어 있다.
전투 중에 적을 잘 처리해서 경험치가 쌓이면 레벨업을 하게 되고, 레벨업을 할 때마다 여러 스킬이나 능력치 상승 카드 중에 하나를 고를 수도 있다. 스킬이 무작위로 등장하기 때문에, 가끔 범위 회복 마법 같은 높은 등급의 스킬이 떠서 이후 전투를 더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스테이지를 무사히 클리어하면 금화, 공명석, 유물 등의 보상을 받게 되는데, 공명석은 장비에 마법 부여를 해줘서, 더 높은 등급의 장비로 업그레이드해준다. 로그라이크답게 이 역시 무작위 요소가 있기 때문에, 가끔 공명이 강하게 발생하게 되는 경우에는, 전설, 신화 등급의 장비를 획득해서 해당 캐릭터가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선택을 반복해서 전진하다보면 각 장의 최종 보스 등 강력한 적을 만나서 결국 전멸을 하게 된다. 다른 게임같으면 바로 이전 세이브 파일를 로드하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이 게임은 이 때가 진정한 게임의 시작이다. 로그라이크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이미 죽은 주인공이 마녀의 도움으로 부활한 것이기 때문에, 죽은 다음에는 다시 처음 지점을 돌아가서, 여행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전멸할 때마다 만나게 되는 마녀는 ‘다음번에는 좀 더 분발하길 바란다’며 응원 아닌 응원을 해주는데, 뒤 이어 만나게 되는 까마귀 역시 유물을 던져주면서 약을 올리기 때문에, 점점 더 오기가 생기게 된다.
게임 초반에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서 전략적인 플레이를 해도 금방 한계가 온다. 기본 스펙으로는 절대 깰 수 없도록 레벨디자인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게 해주는 것은 불꽃과 룬이다. 유물과 장비, 골드는 죽을 때마다 초기화되지만, 불꽃과 룬은 전멸해도 남아있는 자원이기 때문에, 이를 투자해서 캐릭터의 등급과 기본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즉, 반복된 죽음을 통해 불꽃과 룬을 모으고, 이를 투자해서 캐릭터의 기본 능력을 업그레이드해서, 점점 더 먼 지점까지 도전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인 것이다. 초반에는 1장 보스까지 가는 것도 힘겹지만, 제단에서 자원을 투자해 기본 능력치를 올려가다보면, 점점 더 먼 곳까지 도달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처음 죽었을 때는 ‘뭐 이런 게임이 다 있어!”라고 황당해하긴 했다. 이전까지 한턴 한턴 고민하면서 싸웠던 것이 허탈하게 느껴질 정도로, 허무하게 전멸당했기 때문이다. 다만, 반복 도전으로 불꽃과 룬을 확보하면서 기본 능력을 올리다보면, 점점 더 먼 곳까지 도달하게 되기 때문에, 다음에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생각지도 못했던 장르 조합이 주는 색다른 재미에 점점 더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기본 능력치를 업그레이드하지 못한 초반에는 허무한 죽음을 계속 반복해서 겪게 된다는 점이다. 요즘 게임들은 스팀 2시간 환불 규정 때문에, 이 시간을 넘길 수 있도록 초반부를 강렬하게 구성하는 추세인데, 이 게임은 이 골든타임에 허무한 죽음을 반복해서 경험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잘못된 첫인상에 실망하고 환불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또한, 전통적인 왕도형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던 전작과 달리,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진행될만한 하면 죽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반복되다보니, 스토리에 몰입하기 힘들다는 것도 아쉬움을 준다.
아직은 얼리액세스 단계이다보니, 몇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존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이다. 이번 흑백요리사에서 한식과 다른 나라의 요리가 만나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맛이 나왔던 것처럼, 이 게임 개발진 역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장르를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들어냈다. 정식 출시까지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참신한 아이디어에 세련미까지 더해진 멋진 일품 요리를 만들어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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