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00선 붕괴… 트럼프에 강타당한 국내 증시

이광수,장은현 2024. 11. 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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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
원·달러 환율 2년 만에 1400원 돌파
코스피 2500선이 무너지고 국내 증시가 연일 하락하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윤웅 기자


국내 증시 투자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12일 코스피는 1.94% 하락해 심리적 지지선인 2500선이 붕괴됐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2거래일 연속 신저가를 다시 썼다. 코스피 종목 10개 중 9개가 이날 하락했다. 비트코인과 미국 증시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들썩이는 것과는 정반대 분위기다. 외국인이 코스피 주식을 내다 팔면서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1400원을 다시 돌파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09포인트 빠진 2482.57에 마감했다. 코스피 종가가 250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8월 5일(2441.55)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로 9.77% 폭락한 ‘블랙 먼데이’ 이후 석 달여 만이다. 외국인이 2300억원, 기관이 1090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지수를 끌어내렸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64% 하락한 5만3000원에 장을 마치며 4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SK하이닉스도 3.53% 하락한 18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2.51% 내린 710.52에 마감해 낙폭이 더 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펼칠 정책 피해가 예상되는 반도체와 이차전지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국내 증시만큼 높은 나라가 없어 다른 나라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8.8원 상승한 1403.5원에 거래됐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1400원을 넘은 것은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처음이다. 안전자산인 달러의 강세는 투자금 이탈 등의 이유로 국내 증시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정책 수혜 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 영향에 환율이 1400원대로 다시 올라간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으로 커진 불확실성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지난 8월부터 월별 기준 매달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자금 중 일부가 개당 9만 달러를 눈앞에 둔 비트코인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인은 미 대선 당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주식 8600억원어치를 팔았다. 반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미국 기관투자가의 비트코인 현물 ETF 진입은 계속되고 있다. 향후 통화정책 등으로 인해 추가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개인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상당수 개인이 코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내다 판 주식을 개인이 받아주고 있지만 강도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도 "외국인 매도를 누군가 받아줘야 하는데, 개인은 테슬라와 비트코인 등으로 이동했다"며 "수급이 무너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지난 24시간 총거래대금은 21조58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1일 기준 코스피(11조2902억원)와 코스닥(6조9233억원)의 거래대금을 합산한 수치(18조2135억원)보다 3조원 이상 많다.

정부가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시장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독려를 위한 인센티브 성격인 밸류업 ETF 12개가 지난 4일 동시에 상장됐지만, 자금 유입은 미미했다. 외국인은 12개 중 1개 상품(TIGER코리아밸류업)에만 투자했는데 투자금도 7억8300억원에 그쳤다. 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니 증시 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 상승을 위해서는 분위기를 바꿀 만한 반전 카드가 나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염 이사는 "상승 재료가 없어 당분간 답답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며 "상법 개정이나 주요 기업의 대규모 공급 성공 등 소식이 나와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장은현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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