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관중’ 타이베이돔 텃세 넘어라…프리미어12 1차전 선봉장은 고영표
“세대교체의 중심인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출격을 앞둔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은 12일 대만 타이베이 하워드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개막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의 영광은 잠시 뒤로하고 1차 목표인 본선행부터 이뤄내겠다며 굳게 의지를 다졌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프리미어12가 마침내 막을 올린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대만, 쿠바, 네덜란드 등 12개국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멕시코와 대만에서 먼저 A조와 B조 예선을 치른 뒤 일본으로 건너가 본선과 결승전을 벌인다. 한국은 13일 오후 7시 30분 타이베이돔에서 열리는 대만전을 통해 닻을 올린다. 이미 멕시코에서 A조 예선이 시작된 가운데 한국과 일본·대만·쿠바·도미니카공화국·호주가 속한 B조도 단 2장의 본선행 티켓을 놓고 이날부터 엿새간 열전을 벌인다.
한국은 역대 프리미어12에서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2015년 초대 대회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2019년 대회에선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져 준우승을 기록했다. 다시 정상을 노리는 한국은 B조에서 최소 2위를 기록해야 본선 진출이 가능하다. 앞선 대회에선 조별리그 통과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지만, 올해 대회를 앞두고는 여러 걱정이 앞서고 있다. 예년과 달리 대표팀의 전력이 탄탄하지 못하고, 대만과 호주 등 상대국들의 성장세가 가팔라 승리를 장담할 만한 경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부터 소집훈련을 지휘한 류중일 감독도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류 감독은 “호주부터 일본까지 만만한 나라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1차전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과 먼저 맞붙는 한국은 안방 텃세도 견뎌야 한다. 대만은 아마추어 대회는 물론 WBC나 프리미어12 같은 규모가 큰 대회에서도 보이지 않는 텃세를 부렸다. 최대 경쟁국인 한국을 의식해 훈련 시간을 들쭉날쭉 편성한다거나 석연치 않은 판정을 유도하면서 경기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대만의 텃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보통의 국제대회에선 개막전 전날 선발투수를 공개하기 마련이다. KBO도 선발투수 예고제를 고려해 류중일 감독과 상의를 마쳤지만, 주최국인 대만의 변심으로 예고 순서가 기자회견에서 빠졌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류 감독은 “우리는 오른손 사이드암 고영표가 나간다. 체인지업이 뛰어난 고영표의 공을 대만 타자들이 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대만 쩡하오루 감독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1차전 선발투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대만전이 열리는 타이베이돔도 숨은 변수다. 지난해 개장한 타이베이돔은 대만이 국제대회 유치를 위해 4만석 규모로 만든 대규모 돔구장이다. 한국에도 고척스카이돔(1만6000석)이 있기는 하지만, 사이즈가 두 배 이상이라 적응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류중일호가 받은 훈련 기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앞두고 배정된 2시간이 전부였다. 또, 관중석을 가득 메울 대만 홈팬들의 열띤 응원전도 부담이다.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이지만, 젊은 패기로 무장한 한국 선수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주전 3루수인 김도영은 “구장 자체가 크기는 하더라. 공연장 느낌도 난다”면서 “관중석이 많다 보니까 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참가한 역대 국제대회에서의 대만전 전적은 26승16패로 한국이 우위다. 그러나 최근 5경기에선 2승3패로 밀리고 있다. 특히 2019년 프리미어12에선 0-7로 완패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최근 대만전 성적이 좋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세대교체가 잘 진행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젊은 선수들이 활약해주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타이베이=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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