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레이드'에 원화 휘청…‘1달러=1400원’ 2년 만에 깨졌다
‘1달러=1403.5원’. 12일 원화가치가 ‘트럼프발 수퍼달러(달러 강세)’ 태풍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은 1400원 선을 2년 만에 뚫고 미끄러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기준 전날보다 달러당 8.8원 하락한(환율은 상승) 1403.5원에 마감했다. 주간 시장에서 종가기준으로 1400원 선이깨진 것은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처음이다.
원화값이 속절없이 추락한 것은 수퍼달러 영향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집권 1기 시절처럼 관세 장벽을 쌓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국 달러가치가 솟구쳤다. 최근 공화당이 백악관을 비롯해 의회의 상ㆍ하원을 장악하는 ‘레드스위프’가 점쳐지면서 달러 몸값은 더 세졌다. 트럼프가 내세운 고관세와 감세, 이민정책 등의 공약이 현실화될 수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일(현지시간) 105.54로 지난 7월 2일(105.72) 이후 넉달여 만에 가장 높다.
트럼프 집권 시 수혜가 예상되는 자산에 자금이 쏠리는 ‘트럼프 트레이드’도 원화가치가 맥을 못 추는 이유다. 국내외 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떠나 미국 주식과 달러, 암호화폐에 베팅하기 때문이다. 미국 3대 주가지수가 역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게 대표적인 예다. 11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9% 오른 4만4293.13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4만4000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코스피는 12일 기준 두 달 만에 2500선을 내줬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3434억원어치 ‘순매도’한 영향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초부터 이달 12일까지 4조3480억원 상당의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원화로 표시된 한국 주식을 팔고 달러를 손에 쥐면 원화 약세는 심화한다.
엔화ㆍ위안화 등 아시아 주변국 통화가 미국 달러의 독주를 막기 어렵다는 점도 원화가치 하락을 압박한다. 중국은 경기 침체 우려에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고율 관세 폭탄까지 겹치면서 달러대비 위안화가치(역내환율)가 지난 11일 1달러당 7.2위안대로 밀려났다. 일본도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기사회생했지만, ‘여소야대’ 의회가 구성되면서 통화완화정책으로 수퍼엔저가 이어질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한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트레이드로 환율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2기 정책이 윤곽이 드러나고, 아시아 화폐가치가 동시에 약세를 띠면 달러당 원화값은 1430원대까지 밀려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화가치 하락 폭이 가팔라지면, 내년 경제 성장에 제동을 거는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로 밀려난 것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 통화 긴축기 등 3차례뿐이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당 1400원이 뚫리면서 한국시장을 이탈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여기에 강달러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내수부진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트럼프 당선으로 고관세ㆍ고환율ㆍ고물가가 다시 현실화되면 국내 성장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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