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뜻은 헌재가 일하지 말라는 건가" 헌재, 정청래에 따졌다

최서인, 왕준열 2024. 11. 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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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방통위’ 운영으로 탄핵심판에 넘겨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변론에서 ‘6인 헌법재판관’ 사태의 책임을 두고 논쟁이 오갔다. 이날 변론은 이 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뒤 열린 첫 변론이자, 헌법재판소가 ‘6인 재판관’ 체제로 연 첫 변론이기도 하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청구 사건에 대한 첫 공개 변론이 열렸다. 뉴스1

“다수결 원리 위배” vs “법에 따라 할 일한 것”


이날 탄핵심판의 쟁점은 ‘2인 방통위’ 체제의 위법성 여부다. 이 위원장은 앞서 부위원장과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이사 임명 등 안건을 심의·의결했다는 등의 이유로 탄핵심판에 넘겨졌다. “위원회의 회의는 2인 이상의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에 위원장이 소집한다”는 방통위법(13조)을 이 위원장이 어겼다는 게 그를 탄핵소추한 국회 측 주장이다. ‘2인 이상의 위원’에 위원장은 포함할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에 이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관인 것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위원장도 위원”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법원은 ‘2인 방통위’ 체제가 위법하다는 결론은 내린 적이 있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현 이사장 등이 “대통령 추천 2인 회의를 열어 이사 6명을 새로 임명한 게 부당하다”며 낸 집행정지 신청에서 법원은 1·2심 모두 ‘2인 방통위’에 법적인 정당성이 없다고 인정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이 위원장의 ‘2인 운영’이 그를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배인가를 추가로 따져야 한다. 국회 측은 “적법한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 파면으로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위원장 측은 “국회에 귀책사유가 있는 2인 체제 방통위를 이유로 이 위원장을 탄핵소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헌재·방통위는 국회가 임명해줄 때까지 일하지 말아야 하나”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청구 사건에 대한 첫 공개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2인 방통위’의 원인을 따지는 과정에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3명 공백 사태에 대한 책임 공방도 오갔다.

김형두 재판관은 국회 측에 “최민희 의원이 사임한 2023년 11월 이후 방통위원 3명을 추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 1년간 방통위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은 “최민희 의원을 임명하지 않고 시간을 끌어 결국 사퇴하게 만든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추천했다고 해도 대통령이 민주당 인사는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 추천으로 지난해 3월 방통위원에 내정됐으나, 대통령 재가를 받지 못해 임명되지 못했다.

헌재 공백 사태에 대한 책임 논쟁은 정 위원장이 헌재를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정 위원장은 “직접 비교는 안 되겠지만 헌법재판관 임명도 지연이 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정당들 간의 입장 차이가 있고 그것이 ‘후보자 추천’이라는 형태로 밖으로 드러날 텐데, 저반의 사정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재판관은 “재판관 3명이 퇴임한 뒤 한 달째 바깥으로 내보내는 결정을 못 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재판관을 추천하지 않는 데에 국회의 책임 이외에 다른 누구의 책임이 있나. 국회의 뜻은 헌법재판소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내부에 사정이 있다면 방통위나 헌재나 구성해줄 때까지 역할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게 옳은 것인가. 그게 국회의 뜻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최 의원의 경우) 대통령이라는 최고 기관이 임명하지 않아서 벌어진 문제라고 말씀드린 것이고, 국회가 책임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사 1회 변론이 열린 12일 오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포함한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지난달 17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3명이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되는 상황에서 여야 추천 몫을 다투느라 후임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헌법재판소는 심리 정족수(7명)에 미달하면서 기능이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이진숙 위원장이 탄핵 심판 마비로 직무정지가 무제한 길어지는 건 부당하다며 낸 가처분 신청을 하자,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14일 이 위원장의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돼 있는 헌법재판소법의 효력을 스스로 정지한 것이다.

헌재가 가처분을 인용함에 따라 심리는 계속할 수 있게 됐지만, 결정까지는 난항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탄핵 결정을 할 때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6인 체제에서는 만장일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정에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6명의 재판관이 자리했다. 공석인 재판관 3명의 국회 추천 몫을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후임 재판관 인선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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