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통화·주식 세계 꼴찌…유독 예민한 반응 이유는?
원달러 환율 1403.5원…2년만에 1400원 돌파
[한국경제TV 유주안 기자]
<앵커> 트럼프 대선 결과 전후로 급변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아가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유독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주식시장에선 자금유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제부 유주안 기자와 함께 이유 분석해보고 전망 들어보겠습니다. 원화 가치가 다른 나라보다 유독 더 떨어졌다고요? 얼마나 떨어졌습니까?
<기자> 미국 대선을 전후로 일명 트럼프 트레이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었습니다. 달러가 워낙 강세다보니 세계 다른 통화들이 공통적으로 약세를 보이기는 했는데, 우리나라 원화 가치가 유독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 달러 지수는 연초 100 수준에서 현재 105까지 약 5% 강세를 보였는데요, 원달러 환율은 연초 1288원('23.12.28종가)에서 오늘 기준 1400도 넘어섰습니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9% 가량 절하 된 것입니다.
표 보시면, 막대그래프가 연초 이후 달러 대비한 각국 통화가치의 등락률을 나타낸 것인데, 멕시코와 브라질 제외하곤 한국 통화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졌습니다. 멕시코와 브라질은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이민, 고용정책에 따른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곳으로 특수한 상황입니다.
국내 주식시장 역시 안 좋습니다. 이달 들어서 보면, 미국 증시가 많이 올랐고, 60% 관세가 예고된 중국마저도 대규모 부양책 기대감에 높은 상승폭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증시는 뒷걸음질 쳤고, 코스닥 지수는 브라질 증시보다도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앵커> 트럼프 집권에 따른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중국, 멕시코보다도 한국 금융시장의 반응이 부정적이라는 건데, 왜 그렇습니까?
<기자> 관세에 대한 우려가 국내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의 관세, 중국산 제품 60% 관세를 골자로 합니다. 멕시코에는 불법이민자와 마약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25% 관세를 물리겠다고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볼 때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 곳이 중국, 다음이 멕시코일테고, 한국과 대만, 베트남 등 대미무역흑자 국가는 그 다음일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반응이 이렇게 민감한 건, 한국의 대미무역의존도가 계속해서 높아져왔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지난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슈퍼301조를 발동한 후 4차례에 걸쳐 관세를 인상해왔고,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 기조가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중국의 대미수출 비중이 2017년 22%에서 2023년 14%까지 감소했습니다. 내년 중국 정부의 목표는 비미국시장의 수출비중을 90%로 올리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오늘 공개된 중국의 10월까지 무역흑자가 7,852억 달러로, 올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설 것이란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미 미국과의 오랜 갈등을 거친 중국 경제가 어느 정도는 내성을 키웠다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 기간에 우리나라의 대미의존도는 높아져 왔는데 23년 기준 대미수출비중이 18.3%으로, 7년 전보다 50% 늘었습니다. 우리 기업 중에도 미국 정부의 반덤핑 관세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부과받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고율의 보편관세는 겪어본 바가 없습니다.
<앵커> 우리 기업들은, 미국의 기조가 뒤집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대규모 대미투자를 단행해왔는데, 이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죠?
<기자> 백악관에 따르면 한국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작년 11월 말까지 미국에 최소 555억 달러, 한화 72조원 가량을 투자했고, 이는 전세계 국가중 최대규모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칩스법(반도체지원 및 과학법), 인플레감축법(IRA)을 수정 또는 폐기하겠다고 트럼프 당선인이 계속해서 공언해왔습니다. 향후 실제 폐기까지 되는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최소 보조금 축소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고, 이러한 우려가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한국 대표기업 주가에 반영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과거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경우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위기상황에서였었는데, 현재같은 고환율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봐야 하나요?
<기자>지금이 특별한 위기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고환율이 생소하게 여겨지기는 합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취하면서 비미국 지역에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고, 관세나 감세, 이민정책 등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에 달러화 선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이것이 '뉴 노멀'이 될 것이냐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현재의 1400원은 과거의 1400원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지금의 환율 수준은 외환위기 당시의 환율 상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언급한 점을 볼 때 점차 익숙해질 만한 수준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오늘 환율은 장 막판에 치솟으며, 1403.5원에 마감해 2년 만에 1400원을 뚫었는데요. 전문가들이 점치는 환율 상단이 계속 올라가 1430원까지 전망하는 시각이 있는지라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유주안 기자 jayou@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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