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퍼나르라" 먹사니즘보다 혐의 해명이 많은 이재명 SNS
“한 최고위원님은 변호사 하셔도 될 듯하다. 감사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이 제작한 ‘위증교사 사건 핵심 정리’ 영상을 게시하며 이렇게 적었다. 한 최고위원은 영상에서 “검찰이 이 대표를 유죄로 정해놓고 결론을 끼워 맞추고 있다”며 “인권과 법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요즘 ‘무죄 여론전’을 진두지휘 중이다. 특히 페이스북·엑스(X·옛 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 등 가용한 SNS를 모두 동원해 지지층을 독려하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로 11일 밤에는 본인의 엑스 계정에 ‘쌍방울 법인카드는 구속된 김성태를 따라다녔다’는 제목의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연어’, ‘#술파티’ 등의 해시태그(hashtag)를 붙였다. 민주당은 그간 “대북송금 혐의로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5월 검찰청에서 ‘연어회를 곁들인 술파티’로 회유당해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이 대표가 공유한 기사는 “쌍방울 측이 연어를 직접 조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체면 불구하고 자신이 직접 SNS를 통한 자기 변호에 나선 셈이다.
이 대표를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재판들 중 가장 임박한 건 15일 선고되는 선거법 위반 1심이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핵심 인물인 고 김문기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를 몰랐다고 말한 허위 답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가 15일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형을 받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과 함께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민주당이 돌려받은 대선 관련 비용 434억원도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
15일 재판 이후에도 ▶위증교사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등의 1심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15일 선고가 향후 재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지지층을 직접 독려하는 여론전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는 것이 정치권이 해석이다.
실제로 8·18 전당대회 이후 이 대표의 메시지는 사법리스크 대응에 집중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중앙일보가 지난 3개월 간 이 대표 명의 SNS의 최근 게시글 202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여러 혐의에 대해 반박하거나 무죄를 호소하는 내용의 메시지는 총 23건에 달했다. 이는 이 대표가 강조해온 민생 드라이브의 키워드였던 이른바 '먹사니즘' 홍보 등 정책 관련 메시지(19건)나 ▶당내 단합 강조 메시지(11건) ▶지역 성과 및 일정 홍보(10건) 등 보다 많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재판은 여론재판에 가깝다”며 “선고 전까지 최대한 널리 우리의 주장을 알리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간 당원들에게 “부지런히 움직여 댓글을 달고 퍼 나르라”거나 “게시글에 ‘좋아요’ 등을 눌러주기만 해도 세상은 바뀐다”는 등 적극적인 SNS 활동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지난 3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산하 ‘대국민 투쟁 소통단’ 출범식에서도 “(소통단이) 검찰에 맞서는 방패이자 창이 되어야 한다”며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아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친명(친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주도하는 ‘이 대표 무죄 판결 촉구 탄원 서명’ 참여자 수는 12일 오후 5시 현재 107만 1717명으로 집계됐다. 강선우 혁신회의 상임대표는 이날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에 “11일까지 받은 100만명의 서명을 출력해서 공직선거법 담당 재판부에 제출하겠다”며 “25일 위증교사 담당 재판부에도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18일까지 서명운동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혁신회의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일인 15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대규모 집회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광역의원들이 참여한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도 지난 11일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의 무죄 판결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거대한 민심의 파도는 산을 덮게 될 것”이라고 재판부를 압박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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