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원범식 '건축조각 오리지널 그라운드:그 낭만형 예술'·김민호 '존재의 확장' 外
편집자주
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원범식 개인전 '건축조각 오리지널 그라운드 ? 그 낭만형 예술' = 더 트리니티 앳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작가 원범식 개인전 '건축조각 오리지널 그라운드 ? 그 낭만형 예술'을 개최한다. 원범식은 공예미술, 사진, 파인아트미디어 등을 폭넓게 전공한 후 ‘건축조각’ 연작을 선보이며, 국내 최고 권위 사진상인 일우사진상을 수상했고 해외에서는 영국 사진가 협회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는 등 국내외 아트씬에서 주목받아왔다.
작가의 ‘건축조각’은 마치 수집가가 소장품을 분류하고 정리하듯, 그가 직접 촬영해 수집한 여러 건축물을 분석하고 의도에 따라 정교하게 콜라주 한 작업이다. 사회 역사적 상징을 지닌 다양한 건축물들이 모여 아름다운 하나의 조각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번 전시 제목은 ‘건축조각 오리지널 그라운드’이며, ‘그 낭만형 예술’은 부제이다. 과거 그의 작품들이 잔디 같은 단순한 자연을 배경으로 하며 건축조각의 조각적 의미를 부각해왔다면, 이번 전시는 건축물에 내포된 사회문화 속 맥락을 표현하기 위해 건축물과 그 건축물이 지어진 장소의 의미에 더 집중했다. 도로에 그어진 차선, 건설 재료, 표지판, 신호등, 자동차, 행인 등 일상의 요소들이 건축조각과 연결되어 더욱 풍부한 사실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작가는 “건축조각은 건축물이라는 질료가 품은 상징을 조립해서 가상 조각 작품을 만들고,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에 관한 인식을 끌어낸다"며 "마지막으로 감상자 마음에 다채로운 느낌이나 생각을 생성하므로, 예술 작품을 구성하는 실재(물질)와 개념(정신) 비율에 따라 건축은 상징 Symbolic, 조각은 고전 Classical, 회화나 시 문학 등은 낭만 Romantic으로 예술 장르를 나누어 놓은 헤겔 미학에 따르면, 건축물을 질료로 조각 작품을 형상화한 뒤, 그 안에서 창발되는 다양한 정신을 중요시하는 '건축조각'은 상징과 고전을 넘어서 이미 낭만 건축조각이 아닐 수 없다"라고 설명한다. 전시는 29일까지, 서울 용산구 소월로 더 트리니티 앳 그랜드 하얏트 서울.
▲이스(Yyth) 개인전 'Don’t' = 성수동 씨디에이는 작가 이스(Yyth)의 개인전 'Don’t'를 개최한다. 작가는 혼란으로 가득했던 과거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지탱해 준 순간의 장면을 조각내고 이미지로 옮겨낸다.
작가는 대상의 본질적 실체를 마주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한다. 구태여 노동집약적인 '그리기'를 통해 그가 도달하려한 대상은 실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과거 자신을 혼란으로 내몰았던 그때 그 시간에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법도 한, 먼지 쌓인 케케묵은 기억이 이따금 떠오를 때면 외면으로 일관했던 시간도 있었다. 우매하게도 그때는 그것으로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마주한(또는 마주해야만 하는) 대상에 대한 실체적 접근과 이를 통한 망각(또는 애도)의 도구로 회화를 선택한 작가는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을 묵묵히 쌓아 온 작가에게 이번 전시와 작품은 그 나름의 성찰적 성격을 지닌다.
시대의 산물로 상징되는 다방면의 이미지를 수집한 작가는 이를 기반으로 조각내 편집하듯 재구성해 화폭을 채워 나간다. 그가 참고한 이미지는 스스로 회화를 통해 마주하려던 대상과 동시대에 존재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작가의 화면이 8~90년대 등장했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얼핏 평면이지만 각각의 색과 면이 내는 미묘한 질감의 차이는 회화로 도달하고자 했던 대상의 다층적인 면모를 드러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표현 방식으로 해석된다.
또한, 전시장에는 전형적인 사각 프레임과 함께 이를 벗어난 비정형의 화면이 뒤죽박죽 섞여 나열되어 있다. 이는 보통 평범하고 안정적으로 여겨지는 관습적 범주에서 벗어난 작가 고유한 삶의 조각으로 보인다. ‘다름’에서 오는 불완전하고 불안정함을 의미함과 동시에 기성의 시스템에 기대지 않는 개성 있고 독창적인 작가와 작업 특징을 드러낸다.
작품을 통해 비로소 자신을 응시한 이스는 이제 전시장 벽 면에 안착해 관람객과 그 주변을 마주한다. 그는 "과거의 혼란 속에서도 자신을 지탱할 수 있었던 순간들을 조각내고, 그 파편들을 이미지화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을 보는 이들 중 일부라도 자신이 경험한 일련의 성찰을 공유하고 경험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하고 있다. 작품 주제이자 전시 타이틀인 ‘Don’t’는 그 무엇도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는 이 또한 자신을 향해 던진 위로라고 말한다. 그 바람은 작품을 통해 곧 전시장을 찾은 관객 모두에게 가닿게 된다. 전시는 30일까지,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 씨디에이.
▲김민호 개인전 '성찰지목(省察之木)-존재의 확장' = 김민호 개인전 '성찰지목(省察之木)-존재의 확장'이 서촌TYA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와시(和紙·일본 전통 종이)와 동판화를 활용한 기법으로 자연과 존재의 경계를 모호하게 표현하며, 나무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중요한 심볼로 다룬다.
작품에서 선은 존재를 표현하는 근원적 요소다. 자연물을 표현하는 방법으로서의 선은 방향성을 가지며 위치와 속도, 에너지를 내포한다. 짧고 가는 선들을 쌓아 나무의 기둥과 가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이 선들이 존재의 최소 단위이자 생명력을 담아내는 요소임을 탐구한다. 전시는 관객에게 자연과 존재의 경계가 얼마나 인위적인지 환기하며, 고정된 의미를 벗어나 변화하는 존재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
동판화는 소재 특성상 응용에 제약이 많다. 작가는 이를 극복하고자 기존의 판을 이용해 매우 얇고 고우며 질긴 와시(和紙)를 사용해 프린트하고 이를 콜라주 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와시는 섬세하게 프린트되면서도 높은 투명도를 지니고 있어, 다른 종이에 붙였을 때 얇은 종이의 물성이 거의 사라져 마치 직접 찍은 듯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이러한 특성은 콜라주 작업에서 이미지 간의 자연스러운 연결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나무의 형상을 두고 작가는 더는 고정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다른 것이 될 수 있는 잠재적 힘을 가진 존재로 드러난다고 말한다. 그는 "작품에서 보이는 선들의 움직임은 들뢰즈가 말하는 '탈주선(line of flight)'처럼 기존 구조와 의미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와 형태로 확장되어 간다"며 "이는 단순한 형태의 변형이 아닌, 존재 자체의 생성적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번 전시는 관객에게 기존 경계를 넘어 새로운 시각으로 나무, 그리고 세계를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는 24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5길. 서촌 TYA.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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