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2500 무너졌다…美증시 나는데 한국은 '트럼프 패닉'

12일 코스피는 49.09p(1.94%) 내린 2,482.57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18.32p(2.51%) 내린 710.52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종가 기준 1400원을 넘어섰다. 이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한국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통령 선거 당선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닷새째 ‘트럼프 랠리’를 이어가는 미국 증시와 달리 코스피는 지난 8일 이후 사흘 연속 하락해 급기야 2500선마저 내줬다. ‘트럼프노믹스(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가 한국 기업에 특히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장의 부정적 관측에 외국인 투자자 이탈 속도도 빨라졌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94% 하락한 2482.57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역시 2.51% 급락해 710.52포인트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2500선 아래서 마감한 건 지난 8월 5일 ‘검은 월요일’ 이후 약 석 달 만이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도 1달러당 1400원을 돌파한 1403.5원에 마감해 2년 만에 최저치(종가 기준)를 기록했다.

주가 하락은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306억원을, 기관은 1095억원을 순매도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기준금리 인하 등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지만, 증시 큰손의 ‘셀(Sell) 코리아’는 지속했다.

특히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반도체 업종의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3.64% 하락한 5만3000원에 마감해 52주 신저가를 썼고, SK하이닉스 역시 3.53% 급락했다.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반도체 교역 침체 우려가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일(11일) 미국 내 16개 반도체 기업이 포함돼 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로 쓰이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2.54%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위험)가 앞으로도 국내 증시에 계속 반영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10%의 관세만 매겨도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은 10% 떨어진다”며 “다른 나라보다 수출 기업 비중 큰 한국 증시가 이 같은 보호주의 현실화 우려를 더 크게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