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외교 쌍두마차 ‘對中 매파’…“국무장관 루비오, 국가안보보좌관 월츠”

김형구 2024. 11. 1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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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전날인 4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지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 쌍두마차 격인 미국 국무부 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공화당 소속 마코 루비오(53) 연방 상원의원(플로리다ㆍ3선)과 마이크 월츠(50)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 6구ㆍ3선)이 각각 발탁됐다고 현지 언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사람 모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거주지인 플로리다주 출신으로 ‘검증된 트럼프 사람’인 데다 대(對)중국 강경 매파로 분류되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추구해 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트럼프 2기 외교가 ‘트럼프 충성파’를 앞세워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 강화 및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최우선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행정부 국무장관으로 루비오 상원의원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왈츠 하원의원을 지명할 예정이다. 쿠바계 이민가정 출신으로 2010년 상원에 입성한 루비오 의원은 한때 ‘공화당의 오바마’로 불렸던 기대주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도 거론됐다가 부통령 후보에 JD 밴스 상원의원이 낙점된 이후로는 국무장관 후보군으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루비오 “中 위협에 적극 대응” 주장 강경파


루비오 의원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강경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해 트럼프 당선인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와 궤를 같이했다. 특히 중국의 군사적ㆍ경제적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 루비오 의원의 지론이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에 비판적이며 북한ㆍ쿠바 등 독재국가를 “범죄집단”,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하는 등 ‘진정한 반공주의자’로 평가돼 왔다는 점도 “미국을 급진좌파의 손에서 구해내야 한다”고 했던 트럼프 당선인의 발탁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온건보수…청문회 통과 가능성 커


루비오 의원은 한때 미국의 대외 개입에 부정적인 공화당 내 고립주의와 대립각을 세웠지만, 최근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종전론에 동조하는 등 갈수록 동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온건 보수 성향이어서 야당인 민주당의 적대감이 크지 않아 상원 인준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발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 월츠 미국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이 지난 7월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트럼프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될 월츠 하원의원은 육군 특수부대인 그린베레와 주방위군 등 27년간 군에서 복무했다.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최고위 참모로서 국가안보 관련 기관 운영을 조정하는 핵심적 역할의 국가안보보좌관에 군인 출신을 임명하는 건 흔하지만, 장성이 아닌 영관급 장교 출신을 기용하는 건 이례적이다. 전장 경험이 풍부한 특수부대 출신을 집권 2기 첫 국가안보보좌관에 기용하는 것은 ‘힘을 통한 평화’라는 외교안보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군 출신 NSC보좌관…‘힘을 통한 평화’ 시사


하원 군사위와 정보위 등에서 활동한 ‘군사안보통’ 월츠 의원은 하원 중국특위에도 소속된 대중국 강경파다.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이유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했었다. 월츠 의원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비판적이다. 지난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의회에서 백지수표를 받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고, 최근 미 공영 라디오 방송 NPR에 출연해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약속은 “완전히 합리적”이라며 환영했다.

백악관 부비서실장에 ‘트럼프 복심’ 밀러


스티븐 밀러 전 미국 백악관 선임보좌관 겸 연설담당관이 지난 10월 21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들 외에도 트럼프 2기 백악관과 내각 주요 자리에는 트럼프 충성파들로 속속 채워지고 있다. 정책 담당 백악관 부비서실장에는 스티븐 밀러(39)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 겸 연설담당관이 임명될 것이라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연설문을 썼던 밀러는 트럼프의 복심으로 불린다. 밀러는 2기 내각 인선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조언을 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수지 와일스 대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백악관 비서실장 지명),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러트닉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 스티브 위트코프 취임식 공동준비위원장 등과 함께 꼽은 ‘트럼프 인사이더(내부자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 밀러는 1기 행정부 때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계획을 설계했었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 장벽을 세우고 이민자 가족 수천 명의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는 강경 이민 정책을 펴 논란이 됐었다. 밀러는 최근에도 “트럼프 집권 2기엔 불법 이민 추방자를 현재의 10배인 연간 100만 명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전날 차기 행정부 ‘국경 담당 차르’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을 임명한 데 이어 초강경 이민 정책을 공약한 밀러가 내정되면서 트럼프 2기의 초강경 이민 정책이 예고되고 있다. 국경 정책 담당자 내정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는 것은 이민 정책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최우선적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토안보장관에 크리스티 노엄 주지사”


지난 10월 1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스에서 열린 타운홀 캠페인 행사 무대에 함께 오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로이터=연합뉴스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한때 부통령 후보군 중 하나였던 크리스티 노엄(52) 사우스다코타 주지사가 발탁됐다고 CNN이 보도했다. 국토안보부는 세관국경보호국과 이민세관단속국, 연방재난관리청, 비밀경호국 등 기관을 관할하는 거대 기관이다.

환경보호청장(EPA)엔 역시 트럼프 충성맨으로 불리는 리 젤딘(44) 전 하원의원이 지명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의 진정한 투사인 젤딘 전 의원을 EPA 청장에 지명한다”고 밝혔다. 젤딘 전 의원은 2020년 대선 다음 해 1월 연방 상ㆍ하원 합동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을 반대하는 등 트럼프의 선거 부정론에 동조한 강경 보수 인사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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