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같은 1회전' 이겼다…신진서, 왕싱하오 꺾고 16강 진출
미리 보는 결승전, 난양배 결승 전초전, 결승 같은 1회전…. 바둑 팬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신진서와 왕싱하오의 2024 삼성화재배 본선 첫 경기에서 신진서가 통렬한 승리를 거두고 16강에 진출했다.
세계 최강 신진서 9단은 12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열린 2024 삼성화재 월드바둑마스터스 32강전 첫날 경기에서 중국의 신예 강자 왕싱하오 9단을 맞아 흑 221수만에 불계승했다.
신진서와 왕싱하오의 본선 1회전 대결은 바둑 팬을 들끓게 하기에 충분했다. 왕싱하오는 신진서가 가장 까다로운 상대라고 일찍이 꼽았던 선수이거니와 지난주 끝난 제1회 난양배에서 신진서와 나란히 결승 진출을 확정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바둑 팬도 ‘미리 보는 결승전’ ‘난양배 결승 전초전’의 결과를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다.
왕싱하오는 역시 신진서가 경계했던 강자다웠다. 신진서가 공격할 때마다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중반 초입 신진서가 상변에서 백 대마를 가르고 나오자 왕싱하오는 좌변 백 대마를 두 집 내고 냉큼 살아 버렸다. 세계 최강이라는 프로기사가 싸울 생각을 안 하고 줄행랑치는 꼴 같았는데, 놀랍게도 이 수는 AI의 블루 스폿이었다.
신진서로서는 김이 빠질 만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신진서는 공격의 고삐를 더 죄었다. 이번에는 우하 백 대마를 공략했다. 그때 내내 도망만 치던 왕싱하오가 역습을 시도했다. 좌변 흑 대마를 추궁했는데, 신진서가 되치기를 걸어 버렸다. 좌변 흑은 내버려 둔 채 우하 백 대마를 더 다그쳤다. 이후 대마와 대마가 부딪치는 전투가 벌어졌고, 치열한 수싸움 끝에 흑백 모두 제 말을 다 살려냈다.
접전의 결과는 흑 미세하게 우세. 그러나 왕싱하오는 전투 중에 치명상을 당했다. 시간을 다 써버린 것이다. 왕싱하오가 초읽기에 들어갔을 때, 신진서에겐 35분이 남아 있었다. 이후 끝내기가 이어졌으나 격차가 더 벌어졌다.
2024 삼성화재배 본선 첫날 한국은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다. 신진서가 중국의 차세대 선두주자 왕싱하오를 물리친 데 이어 17세 천재 소녀 김은지 9단이 지난해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신진서의 대마를 잡은 괴력을 선보인 끝에 준우승까지 차지한 중국의 셰얼하오 9단을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었다(256수 백 불계승).
여자기사 1인자 최정 9단은 2017년 삼성화재배 우승자 중국 구쯔하오 9단을 상대로 258수 흑 반집승을 거뒀고, 안정기 8단도 중국 천정쉰 8단을 맞아 338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흑으로 반집 이겼다. 32강전 첫날 한국은 6명이 출전해 4승2패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왕싱하오, 구쯔하오, 셰얼하오 등 중국의 우승 후보들을 쓰러뜨려 16강전 전망을 밝게 했다.
13일에는 삼성화재배 32강전 둘째 날 경기가 진행된다. 또 하나의 ‘미리 보는 세계대회 결승전’인 변상일 대 커제의 경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변상일과 커제는 내년 1월 열릴 예정인 LG배 결승에 올라가 있다. 상대 전적은 커제가 5전 전승으로 압도한다. 16강전 대진은 32강전이 끝난 뒤 새로 추첨해 정한다.
2024 삼성화재배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모든 대국은 정오에 시작한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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