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쿠르스크 진격 준비 끝…푸틴·김정은 '69일간의 도박' 시작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에 점령당한 쿠르스크 지역에서 본격적 교전에 들어갈 징후가 포착되는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가 양국 관계를 군사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조약을 비준했다. 양국은 미국 정권 교체 과정에서 생긴 리더십 공백기를 최대한 활용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각기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폭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적 근거 마련한 북·러, 전후까지 노렸나?
노동신문은 12일 "지난 6월 19일 평양에서 체결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조약)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령으로 비준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문은 "국가수반이 11일 정령에 서명했다"고 전했는데, 국가수반은 김정은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일 조약에 서명했다. 해당 조약 전문에는 '이 조약은 비준서가 교환된 날부터 무기한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쿠르스크 전투가 임박한 만큼 실무선에서 신속하게 비준서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러·북 상호 간 비준서 교환을 통해 조약이 발효한 이후 조약과 러시아 파병을 공식으로 연관시킬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 파병의 명분으로 사실상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부활시킨 북·러 조약을 내세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해당 조약 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 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해 지체 없이(without delay)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with all means in its possession)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shall provide)"고 '상호 군사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서 약 5만 명의 적군과 대치 중"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본격적인 교전에 앞서 조약을 발효시켜 파병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귀환 앞두고 더 빨라진 북·러
북·러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에는 미 행정부 교체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 기조를 크게 흔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런 전환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북·러의 이런 폭주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러가 트럼프 2기 정부가 공식 출범하는 내년 1월 20일까지 '69일 간의 도박'에 나선 모습"이라며 "양측 모두 트럼프와의 대좌에 앞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골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현재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러시아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우크라전 해법을 제시했던 만큼 종전 시 더 유리한 국경선을 그으려는 이른바 '땅따먹기'식 격전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열린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러시아와의 밀착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무기 수출과 파병을 최대한 늘려 첨단 군사기술 등을 이전받고 만성적으로 부족한 통치자금까지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선 북·러 양국이 새 조약을 축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군사 협력을 이어갈 근거를 마련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클럽 본회의에서 조약을 언급하며 "우리는 훈련을 할 수도 있다. 왜 안 되겠는가"라고 말하는 등 양국의 합동 군사훈련 가능성도 언급했다.
또 북·러 조약은 군사협력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무역, 투자, 에너지, 농업 교육 등의 분야에서 양국이 전방위로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도 이번 파병을 근거로 자신의 정치 스케줄에 따라 필요한 경제·국방 관련 반대급부를 러시아 측에 더 적극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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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마땅치 않은 대응 방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긴급안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공언했다. 이후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에 따른 단계별 조치를 적극 취해 나가겠다"는 대응 방침을 내놨다. 북한군이 실전에 투입되면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보일 필요가 있다.
다만 한국이 독자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고, 트럼프 당선인의 우크라이나 접근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신속하게 마련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본질적으로 북·러가 각자의 일시적인 수요에 의해 감행한 일탈 행위에 가깝기 때문에 같은 수준으로 대응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도 있다.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보조를 맞추되 앞서나갈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커지는 이유다.
다만 김정은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에 올리기 위해 성동격서(聲東擊西) 식 도발에 나설 가능성에는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우에 따라 '김정은의 결심만 남아있다'는 평가를 받는 7차 핵실험이나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 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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