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도, 왈츠도…'反중국' 인사 앞세운 트럼프, 패권경쟁 예고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외교·안보 분야 고위직에 '반중(反中) 색채'가 두드러진 강경 매파 들을 발탁하기로 하면서 향후 미·중 패권 갈등이 한층 격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사실상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인사의 키워드를 '반중국'으로 삼은 셈이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2기 행정부의 국무부 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한 것으로 보도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공식석상에서 강력하게 중국을 비판해온 매파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국방부 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더불어 국가 안보 정책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요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루비오와 왈츠를 내정한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친트럼프 외교통'인 루비오 의원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해온 대표적인 반중국 매파 의원이다. 이날 루비오 의원 내정 소식을 가장 먼저 보도한 뉴욕타임스(NYT)는 "마지막 순간에 트럼프가 마음을 바꿀 가능성도 있지만 루비오에게 맡길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가 중국, 이란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강경 매파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을 주목했다. 루비오 의원은 그간 미 의회에서 나오는 각종 대(對)중국 제재 움직임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면서 2020년부터 중국 정부의 입국 금지 명단에도 포함된 상태다.
구체적으로 루비오 의원은 중국 신장지역에서 벌어지는 위구르족 인권 탄압 의혹에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또한 중국이 미국의 기술, 지식재산권을 탈취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공정무역집행법 등도 발의했다. 중국 우한에서 첫 확산한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벌여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아울러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제재법을 통해 이 지역에서 중국의 해상영유권 주장에 제재를 가할 것도 주장해왔다. 베이징 그랜드뷰 연구소의 주준웨이 미 연구 책임자는 "그가 (최종적으로) 국무부 장관이 된다면 악몽이 현실이 될 것"이라며 "중국은 그와 교류하기 전, 그에 대한 제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왈츠 의원 역시 과거 공개석상에서 "중국 공산당과 냉전 중"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행보를 보여온 인물이다. ‘그린베레’ 참전용사 출신 정치인인 그는 하원 중국 특위에서 활동하며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을 줄이고 미국 학계를 중국 간첩 활동에서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미 대선을 며칠 앞두고는 미국이 유럽, 중동과의 갈등을 끝내고 중국의 '더 큰 위협'에 맞서야 한다는 기고문을 이코노미스트에 내기도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최고위 참모로, 모든 국가 안보 관련 기관 운영을 조정하며 대통령에게 사안을 보고하고 정책을 시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자리에 왈츠 의원을 낙점한 것은 중국 견제를 대외정책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왈츠 의원은 그간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기존 입장인 '전략적 모호성'이 아닌, 분명한 대만 방어 의지를 뜻하는 '전략적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중국이 대만을 장악하면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로 가는 해상 무역로와 최첨단 반도체의 90%를 통제하게 돼 미국이 불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미국이 대만 함락을 허용하면 "일본, 한국, 호주, 태국같이 중국에 더 인접한 동맹들은 자기가 혼자이며 미국이 동료 민주주의 국가들을 지원하리라고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할 것"이라면서 "아시아의 동맹들은 대만의 운명을 피하기 위해 중국에 양보하거나 핵무기로 무장하려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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