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MAGA)’의 계승자 트럼프 주니어, 부친 빼닮은 강경 우파
“아버지만 있는 마가 원하지 않는다…민주당 공격 선봉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 대선, 상·하원 압승 공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3남 2녀를 뒀다. 대통령 가족이 정치와 거리를 두는 미국 전통과 달리, ‘트럼프 패밀리’는 트럼프가 2016년 처음 당선된 이후 10년 가까이 정치에 전면에 섰다. 백악관 공식 직함을 갖기도 했고, 막후 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 핵심 인물은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부부였다면, 2기에서는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실세 중 실세다. 중도적인 이방카 부부와 달리 트럼프 주니어는 훨씬 더 ‘강성 우파’라는 평가를 받는다. 과단성과 쇼맨십,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성 등 트럼프를 빼닮았다. 트럼프 주니어는 스스로 인사 검증에서 ‘충성도’를 검증하는 최종 게이트키퍼가 되겠다고 선언했고, “대통령보다 자신이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용하지 않겠다”고 공개 발언했다. 그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식 직책을 맡을 가능성은 작다는 예측이 많지만, 권력 크기에서는 ‘소통령’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트럼프 가족은 새 행정부에서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지만 이번에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색채가 더 강할 것”이라며 “가장 영향력 있는 가족 구성원은 트럼프 주니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대선 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나는 트럼프(아버지)만 있는 ‘마가’ 운동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가 시작한 마가 운동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1977년생인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와 첫 번째 부인 이바나 트럼프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이다. 어린 시절 모친의 고향 체코에 있는 외조부모를 자주 방문했는데 이때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를 키웠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가 1992년 이바나와 이혼하자 아버지와 1년 넘게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와 같이 펜실베이니아 와튼 스쿨을 졸업하고 2001년 트럼프 그룹에 합류했다. 뉴욕 맨해튼과 시카고 등에서 부동산 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아버지의 사업 파트너로 수완을 발휘해왔다. 그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아버지와 함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도 등장해 미국민들에게는 익숙한 인물이다. 부동산·호텔 등 트럼프가 거느린 여러 사업 중 지주회사 격인 ‘트럼프 조직(Organization)’의 부사장을 맡고 있고,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의 모회사인 TMTG의 이사도 맡고 있다. 현재는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강경 우익 성향인 그는 민주당과의 ‘문화전쟁’에 전면에 섰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전쟁 사령관이라고 자칭하며 민주당을 조롱하는 콘텐츠를 소셜미디어에 지속해서 공유해왔다.
그는 선거 직후인 9일 ‘트럼프를 찍었다면 웃어봐’라는 제목으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 얼굴을 찌푸리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환하게 웃는 모습을 합성한 게시물을 공유했다. 바이든이 몰래 트럼프를 찍었을 것이라는 조롱이였다. 최근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옆에 얼굴을 찡그리고 서 있는 사진 위에 “용돈을 잃기까지 38일 남았을 때의 모습”이라고 적힌 밈을 공유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정치 관련 게시물만 7500개가 넘는다. ‘분노 폭발’ 등 민주당과 좌파를 비난하는 책도 2권 펴냈다. 2020년 대선이 사기라는 트럼프의 주장도 확산시켜왔다.
인사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트럼프가 러닝메이트로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을 발탁하는 데도 트럼프 주니어의 추천이 결정적이었다. 공화당 전당대회 당시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선호하는 후보로 밴스와 전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을 꼽았는데, 결국 밴스가 낙점받았다. 무소속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고 중도사퇴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끌어들인 것도 트럼프 주니어다. 그는 트럼프에게 케네디 주니어를 캠프로 영입해야 한다는 재촉을 1년 넘게 해왔다고 한다.
트럼프 주니어는 대선 직후에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번 정권 이양 과정에 매우 깊게 관여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메시지를 정확히 실현할 수 있는 진짜 선수인 사람들을 아버지의 내각에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정치 이력에서 ‘궂은일’도 트럼프 주니어가 맡아왔다. 그는 트럼프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맞붙은 대선 당시 러시아로부터 힐러리의 민감한 정보를 받으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휘말렸다. 이른바 ‘러시아게이트’에 연루되면서 민주당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2021년 1월 의사당 폭동 사건과 관련해 의회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일가의 사업을 관장하면서 여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처음부터 트럼프 일가의 구심점이었던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한때 장남의 능력을 의심했다는 전언도 있다. 트럼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2019년 의회 증언에서 “트럼프는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트럼프 주니어가 전 세계인 중 최악의 판단력을 가진 인간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0년 대선에서 선거자금 모금에서 능력을 입증하고 ‘마가’ 운동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영향력이 커졌다. 트럼프가 신임했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정치에서 물러나자, 트럼프 주니어가 대체자로 선택됐다. 뉴욕타임스는 “쿠슈너가 트럼프 정치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다면, 트럼프 주니어는 전형적인 ‘마가’ 추종자”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LGBTQ(성소수자) 문제 등 이슈에서 트럼프를 중도 성향이 아니라 극단적인 우익 성향으로 방향을 잡도록 밀어붙였다는 설명도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대선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 경선에서도 일찌감치 지지 후보를 낙점하고 밀어주는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
그는 마가 운동이 단순히 트럼프 개인을 향한 숭배가 아니라 공화당과 미국을 재건하는 운동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마가’ 운동에 중심에 선 트럼프 주니어가 아버지에 이어 선출직 정치인과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장남 다음으로 주목받는 트럼프 가족은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다. 영국 BBC는 트럼프의 차남 에릭의 배우자인 라라를 트럼프 가문의 ‘라이징 스타’라고 표현했다.
1982년생인 라라는 2014년 에릭과 결혼했다. 미국 CBS, 폭스뉴스 등에서 프로듀서 등으로 활동했지만 2022년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트럼프의 정치 참모로 활동했다. 라라는 올해 3월부터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공동의장을 맡아 선거자금 모금과 관리를 맡아왔다. 정당 경력이 전무한 그가 공동의장을 맡으면서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지만, 그를 RNC 공동의장을 앉힌 이가 시아버지 트럼프였다. 라라의 급부상이 트럼프 가문 내의 역학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있다. 라라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가족 중 가장 먼저 연사로 나섰다.
공화당이 이번 대선과 의회 선거를 휩쓸면서 라라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로서 유능한 후보를 선발하고, 선거운동을 지원한 결과가 대선과 상·하원 압승으로 나타냈기 때문이다. 뉴스위크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장악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라라의 능력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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