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정보 준다며 유인"...1100억대 온라인 도박장 굴린 일당 검거

김민주 2024. 11. 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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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이른바 ‘주식 리딩’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투자자를 모은 뒤, 이들을 온라인 도박장에서 베팅하게 유도한 일당이 붙잡혔다. 정상적인 선물(先物) 투자 거래소인 것처럼 꾸민 이 온라인 도박장에선 1000억원대 판돈이 오갔다.


투자로 생각한 1130억, 도박 판돈이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주식 투자 정보를 미끼로 투자자 수천명을 온라인 도박장에 유인하고, 정상적인 투자인 것처럼 속여 도박에 베팅하게 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일당 36명을 검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 가운데 조직폭력배 출신의 국내 총책 A씨(30대) 등 10명은 구속됐다. 일당은 2022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인천과 캄보디아·베트남 등 국내외에 거점을 두고 투자자 6270명을 모집한 뒤, 이들이 불법 온라인 도박장에서 1000억원대 판돈을 걸고 도박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물 거래소로 꾸민 불법 온라인 도박장은 운영한 A씨 일당 조직도. 사진 부산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주식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며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에서 투자자를 모았다. 이후 미국 나스닥 등 정상적인 시장의 선물 거래 정보와 연동되는 사이트에 투자자가 방문하도록 유도했다. 겉보기엔 실제 투자가 이뤄지는 온라인 거래소로 보이지만, 실상은 허가받지 않은 채 운영되는 곳이었다고 한다.

투자자들은 A씨 일당 안내에 따라 선물 시장의 특정 종목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것으로 예상하며 투자금을 넣었다. 하지만 이들 계좌는 A씨 일당이 확보해둔 대포통장 계좌였을 뿐 실제 선물 시장 투자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다만 일당은 가격 등락을 맞힌 투자자에게는 비율에 따라 돈을 돌려줘 실제 투자 수익이 난 것처럼 꾸몄다. 맞히지 못한 투자자 돈은 A씨 일당이 가로챘는데, 투자자는 이를 손실로 여겼다고 한다. 이 도박장에선 이런 식으로 판돈 1130억원 오갔고, A씨 일당은 이를 통해 110억원의 부정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1인당 수백만원에서 최고 17억원까지 입금했으며, 가장 많게는 4억원을 들여 2억원을 번 사람도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선물 투자를 하려면 계좌당 증거금으로 약 3000만원이 필요하고 필수 교육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선 30만원의 증거금만 있으면 쉽게 선물에 투자해 높은 이율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속였다”고 설명했다.

선물 거래소로 꾸민 온라인 도박장을 운영한 A씨 일당의 범죄 개요도. 사진 부산경찰청

조폭 출신 총책, MZ 조폭도 동원
경찰 조사에선 A씨 일당이 20, 30대 조직폭력배도 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총책 A씨는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MZ 조폭’이라 불리는 젊은 조직원이 업장 관리 등 과거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돈벌이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A씨 일당은 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젊은 폭력 조직원 3명을 고용해 온라인 도박장 운영에 필요한 대포 통장과 대포폰 등을 확보하고 자금세탁 등 일을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민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A씨 일당이 운영하던 사이트를 폐쇄하고 범죄 수익 가운데 8억6000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국세청에는 일당의 조세 탈루 관련 자료를 통보했다”며 “해외로 달아난 또 다른 총책 B씨 등 3명을 인터폴과 함께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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