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소리꾼 박금홍의 생애를 무대에…'금홍아, 금홍아' 공연

홍주희 2024. 11. 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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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홍. 중앙포토

박금홍(본명:월정, 1901~?)은 일제 강점기 판소리계를 풍미한 소리꾼이었다. 조선 최초의 여성 중심 공연인 ‘삼여류 명창 공연 음악회’를 기획해 출연했고, 첫 창작 판소리극 ‘단종애곡’과 ‘항우와 우희’ 등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전라도·경상도 등 남한 출신이 대다수였던 당대 판소리꾼과 달리 북한 출신이었던 그는 서도민요의 달인으로 명성을 떨쳤다. 북한 지역 판소리 전승과 계승 연구에 있어 중요한 인물이지만 한국전쟁 이후 생사를 알 수 없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 명창들의 생애와 업적을 기록한 책 『조선 창극사』에도 그는 언급되지 않는다.

잊혀진 서도소리 명창 박금홍의 삶이 무대에서 재조명된다. 경서도소리포럼은 오는 23일 서울 마포 제일라아트홀에서 ‘100년 만의 소환-금홍아, 긍홍아’를 공연한다고 밝혔다. 독백과 극을 섞은 형식으로 박금홍의 생애를 되짚은 작품이다.

공연에는 특별한 소리꾼들이 무대에 오른다. 전북무형유산 판소리 예능보유자 유영애 명창은 박록주 명창 역을, 인천무형유산 서도좌창 예능 보유자 유춘랑 명창은 박월정 명창의 젊은 시절 역을 맡는다. 이 밖에도 경기소리의 전설 김옥심 명창의 제자인 남혜숙·유명순 명창도 참여한다. 또 젊은 시절 박월정의 주 역할은 청년 예술가이자 서도소리꾼인 이나라가, 박월정 명창과 함께 오랫동안 활동했던 판소리 대명창 김초향 역은 청년 예술가인 박지수가 각각 맡았다.

경서도소리포럼은 서도소리뿐만 아니라 판소리·경기잡가·시조·가야금병창에 두루 능통하고 신연극운동 부흥에도 기여한 박금홍이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소개된 사실에 주목하고 그를 조명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공연은 2024년도 원로 예술인 공연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을 받았다.

한윤정 예술감독은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정년이’가 다루는 여성국극이 발아한 배경에는 1931~1933년 진행된 조선 최초 여성 중심 판소리 공연과 1933년 박금홍의 창작 판소리극인 ‘단종애곡’ ‘항우와 우희’ 등이 큰 몫을 했다”며 “당시 여성국극을 주도한 이는 박록주 명창인데, 박금홍이 1931년 열린 ‘삼여류 명창 대회’에 함께 참여했다는 것은 그녀가 당시 박록주 명창과 동급이었다는 점을 의미하며, 그런 면에서 그녀를 경서도 소리꾼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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