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딸 키우던 싱글맘 죽음 내몬 불법사채…尹 "악질 범죄" 분노
혼자 어린 딸을 키우던 30대 여성이 불법 사채업자들의 고금리 압박과 지인들에 대한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 채권 추심 행위는 서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범죄"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12일 오전 30대 싱글맘이 사채업자에 시달리다 어린 딸을 남겨두고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검찰과 경찰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불법 채권추심을 뿌리 뽑고,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지원 정책을 전면 재점검해 서민들이 불법 사채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YTN 보도에 따르면 6세 딸을 홀로 키우던 30대 여성 A씨는 지난 9월 전북 전주에 있는 펜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딸을 향한 애절한 마음과 함께 사채의 덫에 걸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유서에서 딸에게 '험한 세상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이어 '평생 용서하지 말아달라'면서도 '죽어서도 다음 생에서도 내 새끼 사랑한다'고 되뇌었다.
여기엔 또 '조 대리 90만 원, 고 부장 40만 원' 등 사채업자들에게 빌린 금액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A씨의 빚은 수십만원으로 시작됐지만 연이율 수천 %에 달하는 금리에 한 달이 안 돼 1000만원이 넘게 불어났다.
A씨는 돈을 갚기로 한 시간보다 1분이 늦을 때마다 "10만원씩 더 내라"는 압박을 받는 등 불법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다른 사채업자들에게 돈을 빌려 돌려막기를 시도했지만 이내 한계에 부딪혔다.
그러자 사채업자들은 A씨 가족과 지인들에게 연락하며 협박했다. 이들은 A씨 가족사진은 물론 딸이 다니는 유치원과 집 주소를 포함한 메시지를 하루에 수백 통씩 무차별적으로 뿌렸다. A씨 딸의 유치원 선생님에게도 전화해 아이를 찾아가겠다며 위협했다.
결국 압박에 못 이긴 A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사채업자들은 불법 추심을 멈추지 않았다. 남은 가족에게 전화해 A씨 대신 돈을 갚으라면서 "(A씨) 곁으로 식구들 다 보내주겠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YTN은 전했다.
경찰은 A씨 죽음과 관련한 불법 사채업자들에 대해 정식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들이 대포폰과 대포 통장을 사용했지만 경찰은 자금 흐름 등을 추적해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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