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아요. 어떻게 쉬어야 할까요?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㉒]

장수정 2024. 11. 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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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필자는 학창 시절 근면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꾸준히 받아왔던 것 같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했고, 이를 위해서는 늘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라고 가르쳤다. 학원가에서는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창문을 모두 막아놓기도 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잘 쉬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럴까, 요즘은 번아웃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상담센터를 많이 찾는다. 심지어 번아웃인지 알지 못한 채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다. 사례를 통해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자.

ⓒwww.canva.com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아요. 어떻게 쉬어야 할까요?

30대 직장인 A씨는 주말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해가 중천이 되도록 누워서 릴스와 쇼츠를 보고 점심은 배달로 때워서 한 일이 없지만 여전히 몸은 천근만근이다. 가끔 약속이 잡혀서 친구들을 만나면 그때는 즐겁지만 이후의 체력소모가 크다 보니 약속 잡는 것도 조금은 조심스러워진다. 무엇보다 짜증 나는 건, 멍하게 있다 보면 월요일에 출근해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마음은 업무가 많은 시기에 더 커지는데, 그럴 땐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짧게라도 회사에 가서 일을 하다가 온다. 두세 시간이라도 일을 하고 오면 마음은 조금 편하지만, 피로감은 더 커진다. 어쩐지 머릿속 스위치가 꺼지지 않은 느낌이다. 쉴 땐 확실히 쉬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

A의 성향 및 현재 마음상태 등을 알아보기 위해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 매우 소진된 상태. ‘하기 싫은 마음’에 대한 죄의식도 일부 있어

우선 A씨는 우울감이 높은 것으로 고려된다. 소진감이 크다 보니 이전에 비해 흥미와 즐거움, 의욕 등을 끌어올리기 어려워진 것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의욕보다는, 의무감이나 책임감, 이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감 등을 연료로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면담을 나눠봤을 때, A씨는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도 이러한 소진감을 느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의무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미래에 문제가 생긴다는 압박감을 갖고 주말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이다.

그리고 A씨는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것이 매우 서툰 것으로 나타난다. 불쾌감이 올라왔을 때 ‘이 정도는 별 것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억누르는 것은 가능하지만, 있는 그대로 감정을 인정하며 해소하는 것은 어려운 모습이다. 이에 때로는 ‘너무 하기 싫다’고 생각하는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생각하거나 ‘나약하다’고 생각해 왔던 듯하다. 이에 내면의 여러 부정적 감정이 누적되면서 소진감은 더욱 커졌을 수 있겠다.

검사자 제안 : 산책 정도의 활동량은 유지하기/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 ‘나’를 주어로 한 생각하기

우선 ‘조금이라도 걸을 것’을 권한다. 물론 근면하게 할 필요는 없다. 많이 소진된 상태에서는 물론 몸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몸을 움직이면서 햇빛을 쬐다 보면 아주 조금은 리프레쉬가 될 수 있다. 또한 너무 한 가지 생각이나 감정에 골몰해 있을 때는 잠시 머무는 장소를 옮겨주는 것만으로도 주의전환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산책은 도움이 된다.

또한 ‘감정 일기’를 써볼 것을 권한다. 지금 A씨는 ‘나’를 주어로 하는 생각이 서툰 것으로 보인다.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나는 어떤 상황을 싫어하는가’, ‘그럴 때 나를 어떻게 달래는가’에 대한 생각은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주어로 한 생각을 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이 번아웃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A씨에게 필요한 일은 ‘주어의 전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 자신의 안녕보다 해야 할 일을 중요시하는 자세를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돌보듯 나를 돌보려고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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