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내년 韓 경제성장률 2.2→2.0%…물가 전망은 2.3→1.6%”
건설부진 심화로 경기개선세 다소 악화
중장기 성장률 하락 전망…구조개혁 필요
적자성 채무↑…재정지출 신중히 접근해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시장금리 하락과 실질임금 상승 폭 확대 등으로 민간소비는 일부 개선될 것으로 봤지만 건설투자 부진이 심화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약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는 모양새나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보다 낮은 수준에서 하락하고 있음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장기적인 성장률 하락이 전망됨에 따라 경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놨다.
KDI는 12일 이같은 내용의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KDI “내년 성장률 中 정도의 수준”
KDI는 내년 국내총생산(GDP)이 내수 부진 완화에도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올해보다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아시아개발은행(2.3%), 국제통화기금(IMF·2.2%)·경제협력개발기구(OECD·2.2%), 한국은행(2.1%)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앞서 KDI는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전망치를 상반기에 내놓았던 2.1%를 유지했지만 이번 전망에서는 0.1%p(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KDI는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2%)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나 수출은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로 증가세가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돼 작지 않은 대외 위험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내년 2.0% 성장률은 ‘중(中)’ 정도의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며 “경기가 개선되는 것도 아니고 악화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과 같은 유사한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률 조정 배경에 대해선 “금리 인하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늦어졌고 뿐만 아니라 금리 인하의 부정적 영향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올해 성장률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인하·수출개선에 민간소비↑…건설투자 부진 지속
KDI는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8월 수정 경제전망(1.3%) 때보다 0.5%p 높아진 1.8%로 예상했다.
금리 인하와 수출 개선에 따른 것이다.
설비투자도 금리 인하와 반도체 경기 호조세로 올해(1.6%)보다 0.5%p 높은 2.1%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 통상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설비투자 회복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투자는 누적된 건설수주 감소로 올해(-1.8%)에 이어 0.7% 줄어들 것으로 봤다.
수출은 통상여건과 관련해 글로벌투자가 부진해짐에 따라 올해의 높은 증가세(7.0%)가 조정돼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품 수출의 증가 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급증했던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정상화되면서 서비스 수출의 증가세도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수출 증가세 둔화와 내수 회복에도 교역조건(수입가격 대비 수출가격) 개선에 주로 기인해 흑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로 전망했다.
지난 8월 수정 전망(2.0%) 때보다 0.4%p 내려 잡은 것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월 전망(2.4%) 때보다 0.1%p 낮은 2.3%로 예상했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근원물가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게 전망된 것은 유류세 인하를 비롯한 미시적 물가정책이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전제했기 때문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내년 소비자물가는 정부의 물가안정목표를 하회할 전망이라고 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올해(2.1%)보다 0.6%p 낮은 1.5%로 상승 폭이 축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물가상승세 둔화흐름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조치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정 실장은 “내년 상반기 안에는 정상화하더라도 괜찮은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18만명)보다 줄어든 14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영향이 파급된 영향이다.
실업률은 올해 2.7%, 내년 2.8%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연 KDI 전망총괄은 “올해보다는 내년에 내수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을 했는데 그럼에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계속 축소되는 것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영향”이라며 “인구구조 요인이 지난 2022년 말부터 취업자 수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전환이 됐고, 앞으로 그 하방 압력이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2~3년 뒤 1%대 성장률…구조개혁 반드시 필요”
KDI는 국제 통상 여건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져 우리 경제에 상당한 수준의 하방 위험이 존재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특히 미국 통상정책의 급격한 전환으로 세계교역이 위축될 경우 우리 수출에도 작지 않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경기 침체와 미국과의 갈등 격화로 중국 경기가 급락하는 경우에도 한국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또 대내적으로는 건설업체 재무건전성 악화의 영향이 실물경제로 파급될 시 건설투자 부진이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KDI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선 단기적으로 경기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장기적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적절한 정책 기조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2025년의 총수입 증가율(6.5%)에는 이례적으로 낮았던 전년 총수입 증가율(-2.2%)에 대한 반등이 포함돼 지속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지출 증가율(3.2%)을 이보다 낮게 설정한 예산안을 긴축 기조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금리 인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며 “통화정책이 물가에 대한 아주 효과적인 정책이라 물가 안정에 조금 더 집중하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재정수요가 늘면서 적자성 채무가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재정정책은 이미 확대된 재정지출 수준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중장기적 금융시스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부실한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지양하고 대출 상환능력에 대한 평가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실장은 “2~3년 뒤 성장률 전망을 하게 된다면 한 2%대보다는 1%대 전망을 많이 할 것 같다”며 “지금 같은 성장률 하락 추세가 덜 하락하기 위해선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수 있게 기득권층을 설득하는 등 경제 구조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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