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트럼피즘 도래…제조업·AI·에너지 분야서 한국 경제 좌우될 것"
박종훈 "신재생에너지 산업, 소외되지 않을 것"
"트럼프에게 손해 보지 않는 수준의 선물 필요해"
"슈퍼 트럼피즘이 왔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으로 '트럼프 당선 이후, 한국 경제 전략' 조찬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서 강연한 박종훈 지식경제연구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제조업과 인공지능(AI),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 소장은 2기 트럼프 정권이 1기와는 비교 불가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과시할 것이라고 봤다. 1기에서는 공화당 의원이 반트럼프를 외치거나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친(親)트럼프 공화당 의원이 상·하원을 점령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트럼피즘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소장은 "(2기는) 입법과 사법도 다 가졌다"며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슈퍼 트럼프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더 강력해질 '트럼피즘'…"트럼프, 채찍으로 한국의 공장 '납치'할 것"
박 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때도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가 심각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권은 미국 내에 공장을 지을 경우 세제 혜택 또는 보조금을 주는 바이든 정권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칩스법)을 시행했다. 박 소장은 이를 '공장 납치'라고 비유했다. 하지만 2기 트럼프 정권에서는 더 심한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 인출기)'이라고 부르는 등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박 소장은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444억달러를 기록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조금도 주지 않고 채찍으로 때려서 한국의 공장을 납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AI 산업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도 관측했다. 박 소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은 AI 총력전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에 관대하고 미국의 AI 산업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박 소장은 한글이라는 '언어 장벽'과 많은 사람이 써서 어쩔 수 없이 쓰게 만드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국내 IT 기업이 버텼지만, AI 영역에서는 무용지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AI 영역에서는 품질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한다"며 "저작권 등 데이터를 두고 한바탕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한국이 에너지 분야 역시 2기 트럼프 정권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전히 국내에 송전망은 구축 안 됐고 러시아에 정제 우라늄을 의존하는 등 자원 자립 능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박 소장은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은 직접 발전소를 지을 만큼 에너지가 중요해졌다"며 "에너지 수급 정책을 세워야 하고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 정치권 역할 질문…"트럼프 성향 철저히 이용해야"
강연 이후 민주당 의원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2기 트럼프 정권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다. 박 소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공화당 텃밭으로 불리던 일명 '선벨트 지역' 텍사스, 플로리다로 진보 성향의 유권자가 이주하면서 선거 판도가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가 선벨트 지역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어 이 역시 무시 못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소장은 "향후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기고 싶어 할 것"이라며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행동을 보일 순 있어도 이전만큼 강경하게 나오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정치권에서 향후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고 묻자 박 소장은 '멀티모달 AI'를 언급했다. 멀티모달 AI란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 목소리 등 여러 종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기술이다. 멀티모달 AI는 분명 AI가 나아갈 길이지만 '개인정보'(프라이버시)라는 벽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개인정보를 지키면서 AI를 어떻게 학습시킬지 고민해서 입법화해야 한다"며 "그 부분이 확실히 보장된다면 미국 빅테크 기업과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향을 철저히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울 수 있는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고 조공을 주는 느낌이 중요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리거나 뒤에서 만날 게 아니라 앞에서 화려하게 보여줘야 한다. 한국이 실익을 손해 보는 정도만 아니라면 선물은 괜찮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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