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학생인데 학생이 아니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정호갑 2024. 11. 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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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이네 시골살이 29] 학령초과자 어르신들과 산골 주민들은 슬프다 못해 아프다

[정호갑 기자]

국민의 기본권을 외면하는 경상북도교육청

학생이 학교에 다니고 있음을 증명하는 재학증명서의 발급 기준은 무엇일까? 재학증명서가 발급되기 위해서는 '나이스(NEIS)'라고 불리는 '교육행정정보 시스템'에 학생으로 등록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나이스에 등록되어 있고,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 학생을 학생이 아니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현재, 경북 김천 증산초등학교의 나이스(NEIS)에 등록되어 있는 재학생 수는 22명이다. 그런데 김천교육지원청은 증산초등학교의 재학생 수는 학령초과자인 어르신 학생 15명을 제외한 7명뿐이라고 한다. 학생 수(7명)가 교직원 수(13명)보다 적으므로 분교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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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산초등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학교 현황. 재학생은 22명이다.
ⓒ 증산초등학교
김천교육지원청은 엄연히 나이스(NEIS)에 재학생으로 등록된 학령초과자 학생을 유령학생 취급하고 있다. 경상북도교육청은 나이가 많은 학령초과자 학생은 정식 학생이 아니라고 한다.

이렇게 학생을 유령 취급하고 있으니, 학령초과자에 대한 교육활동비를 교육청에서는 전혀 지원하지 않고 있다. 증산초등학교 어르신들의 급식비, 학습 준비물, 교구 등 교육활동비는 현재 김천시청에서 교육경비 보조금으로 지원한 2000만 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기금 또한 이제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꼼수로 본질을 흐리는 경상북도교육청

증산면 주민들과 어르신 학생들이 분교장 개편을 철회 또는 연기해 달라 호소하니, 김천교육지원청에서는 '어르신들의 교육은 지금과 같이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라고 한다. 어르신들은 우리들의 호소를 받아들이는가 보다 생각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대낮에 이런 날벼락을 맞을 줄이야. 어르신들을 초등학교 학생이 아닌 평생교육(희망학교)의 학생으로 전환해 주겠다고 한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 몇 번이나 거듭해 호소했다. 어르신들은 의무교육 대상자라고. 초등학교 정식 학생으로 입학하여 졸업장을 받고 싶다고. 교육받을 권리는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권리라고.

평생교육은 어르신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어르신들은 의무교육 대상자로 초등학교를 선택할 수도 있고, 평생교육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것은 국민 누구에게나 주어진 기본권으로 어르신들의 기본 권리이다. 어르신들이 원하는 것은 초등학교에서 졸업장을 받고 그 이후에 여건이 되면 중학교에서도 배우고 싶다고 한다.

자랑할 수 있는 교육 모델에 흠을 내는 경상북도교육청

국민의 삶을 행복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길이 조그만 산골 학교에서 이루어졌다. 이 길은 경상북도 울진에 있는 온정초등학교에서 먼저 열었다. 온정초등학교에서는 지난해에 3명과 올해도 학령초과자 어르신 3명이 입학했다. 그리고 경상북도교육청에서는 이들을 정식 학생으로 인정했다. 그런데 왜 같은 경상북도 내에 있는 증산초등학교의 학령초과자 어르신은 정식 학생으로 인정하여 주지 않는가?

사실 이 길은 이미 헌법에 열려 있었다. 이 길을 걸어가고 걸어가면 우리 교육은 세계가 부러워할 교육 복지국가, 교육 선진국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길을 교육청이 가로막고 있다. 김천교육지원청은 증산초에 특정감사까지 진행했다. KBS '인간극장'에 나온 증산초등학교 어르신들의 학교생활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교장과 교직원들에게 무더기 주의 처분을 주었다.

경상북도교육청은 어르신 학생들이 학령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하고 있다. 현재 농촌 소규모학교의 아이들은 다문화 가정 또는 조손 가정의 아이들이 많다. 그러므로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학교생활이 방해받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사랑을 듬뿍 받으며 공부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교육 현장에서 볼 수 있다.

세대 간의 갈등이 큰 사회문제가 되는 요즈음, 삼대가 함께 어울리고, 서로 가르쳐주고, 도움을 주고받는 학교생활은 바람직한 교육 현장의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어르신들을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라며, 굳이 갈라 놓고, 차별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막고, 평생교육기관으로 내모는 교육행정기관의 행태야말로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비난받을 행정이다. 백 번 양보하여 수업에 조금 방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무턱대고 폐지하고, 외면하는 것이 교육행정기관이 할 일인가?

심지어 교육세가 증가하여 국민의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선동에 가까운 억지 논리를 마구잡이로 펼치고 있다. 나라의 세금이 쓰여 국민의 삶이 개선되고 행복해 진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기자는 어르신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삶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흐뭇했는지, 우리 교육에 대한 신뢰,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얼마나 뿌듯하게 가졌는지 모른다.

어르신들은 아침을 밝게 열고, 학교에서 지금까지 받지 못한 수업을 받으며, 선생님에게 하루하루 배우는 즐거움 속에서, 벗들과 함께 학습에 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중학교라는 새로운 도전도 꿈꾸어 본다. 이러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감히 누가 막을 수 있나?

거듭거듭 말하지만, 학령초과자는 의무교육 대상자이다. 어르신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받을 권리로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정식 학생으로 인정해야 한다. 더 이상 학령초과자는 학생이 아니라는 기이한 논리로 분교장 개편과 평생교육시설로 전환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

산골 주민들이 생업을 팽개치고 최소한 헌법에 보장된 '교육받을 권리'를 지켜달라며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하소연하는 모습이 눈물겹고 안타깝다. 어르신들에게 그동안 흘린 눈물이, 가슴에 맺혀있는 돌덩이들만 해도 버거운 삶의 무게였는데, 기꺼이 도와주어야 할 교육행정기관이 이를 풀어주지는 못할망정 가슴에 대못을 박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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