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해서 바꿔야 하는 건 전화기가 아닐 것" 더 독해진 MBC뉴스 클로징
[임병도 기자]
▲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멘트 |
ⓒ MBC뉴스 갈무리 |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지난 11월 1일, 조현용 앵커는 "본질을 파악해야 성공한다는 유명한 얘기가 있다"면서 "본질은 전혀 다른데 계속 아닌 척하며 믿으라 우기면 사이비라고도 불리게 된다"고 말문을 엽니다.
조 앵커는 "명태균씨 조력을 중간에 끊은 게 본질이다, 디올백 사건의 본질은 공작이다, 채상병 사건 의혹의 본질은 항명이다"라며 "국민관심이 집중된 사건들에 대해 대통령실이 말한 본질들인데, 어떻게 보십니까"라고 묻습니다. 이어 "본질을 파악해야 성공하는 거라면, 실패는 본질 파악을 못 하고 안 하려는 데서 오는 겁니다"라며 대통령실이 제대로 본질을 파악하지 못 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합니다.
"그 모든 신념들이 진짜였을까?"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11년의 관례를 깨고 국회 시정 연설에 불참했습니다. 윤 대통령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에 나왔습니다. 그러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은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들을 권리가 있고, 대통령은 국민께 보고할 책무가 있다"라며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이날 김수지 앵커는 "자신에겐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의회주의라는 '신념'이 있다"라며 윤 대통령이 2년 반 전에 한 시정연설을 꺼냈습니다. 그는 "국정운영의 중심이 의회라는 뜻이다. 국정의 주요사안에 관해 국회와 긴밀히 논의할 것이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던 대통령이 국회에 가지도 않는다는 게 이상하다"고 지적합니다.
김 앵커의 말을 이어받은 조 앵커는 "국민에게 정직한 것이 민주주의이고 그러면 경제성장도 된다는 신념, 사람이 아닌 국민에게 충성한다는 신념. 국민의 정직, 충성, 의회주의" 등 윤 대통령이 과거에 말한 신념들을 하나씩 열거합니다.
조 앵커는 "그 모든 신념들이 진짜였다면,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작동할 리도 없었을 테고, 이렇게 금세 변할 리도 없었을 겁니다"라며 윤 대통령의 신념이 진짜였는지 의구심을 표합니다.
▲ 질문 듣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
ⓒ 연합뉴스 |
"앞으로 부부싸움을 좀 많이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5시, 6시인데 안 자고 엎드려서 제 휴대폰을 놓고 계속 답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미쳤냐, 지금 잠을 안 자고 뭐하는 거냐…'"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기자회견 중)
이날 조현용 앵커는 "요즘 같은 세상에 핸드폰을 내준다는 건 자신의 은밀한 정보가 다 드러날 수 있다는 건데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기에는 너무 윤석열 대통령 개인 핸드폰이 등장하는 뉴스가 많았던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의 주장을 에둘러 비판합니다.
대통령의 핸드폰 이야기는 다음날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멘트에도 등장합니다. 조 앵커는 "배우자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메시지들에 답까지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면서 "아내가 아니라 엄마가 아이한테도 마음대로 못 그럴 텐데, 김건희 여사는 어떤 존재길래 그럴 수 있었는지는, 더 이상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어 "되짚어보면 대통령 개인전화로 주고받은 통화기록과 메시지들이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비롯해 관심이 집중된 국면들에서 등장할 때도 많이 이상했다"면서 "이제 와서 전화번호 놔둔 게 문제였다며 번호 바꾸는 걸 대책이라고 내놓는 모습은 진짜 이상하다. 이상해서 바꿔야 하는 건 전화번호나 전화기가 아닐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 (좌) 김건희 여사 (중앙) 명태균 (우) 윤석열 대통령 |
ⓒ 개인프로필 |
이날 조현용 앵커는 "개혁에는 반드시 저항이 따른다고 오늘 대통령이 그랬다"면서 "그건 자신과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혁에 대해서는 과거 이런 말도 했다"며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는 윤 대통령 말을 인용합니다.
조 앵커는 "이 역시 지금 상황에도 적용돼야 할 텐데 잘 안 된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겠죠"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각종 의혹을 검찰이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의 클로징멘트가 언론사의 주관적인 논평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러나 클로징멘트의 대부분은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 것입니다. 권력을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책무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는다면 대통령을 향한 비판 또한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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