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가계부채 관리가 담합?…은행은 억울해

권재희 2024. 11. 12. 09: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의 가계부채 관리 담합 의혹에 대해 이달 중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공정위가 올해 1월 심사보고서를 각 은행에 보낸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특히 이는 정보공유만으로도 '담합'으로 간주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첫 사례로, 이번 사례의 결론에 따라 현재 공정위가 들여다보고 있는 통신, 주류 등 타 업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산업계 전체가 주시하고 있다. 은행은 만일 '담합'으로 결론이 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담합 의혹에 대해 오는 13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전원회의를 열고 과징금 등 제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전국 시군구별 7500개에 달하는 LTV 정보를 교환해 LTV 비율을 10%포인트 안팎으로 내려 대출한도를 제한했다고 봤다. LTV가 낮게 설정되면 주택 수요자들은 주택구입을 위해 신용대출과 같은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은행이 이 추가대출을 통한 이자수익으로 이득을 얻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주장이다.

은행은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LTV 정보를 교환한 건 맞지만 이는 리스크 관리 차원일 뿐, 은행별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산정 기준이 달라 담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LTV는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정책수단으로, LTV를 공유하지 않으면서 가계부채를 관리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정보교환이 담합으로 인정된다면 은행간 부동산 LTV 자료를 공유할 수 없게 돼 가계부채 관리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은행은 지난 1월 공정위로부터 심사보고서를 받은 이후 7차례에 걸쳐 반박의견서를 발송한 바 있다.

핵심 쟁점은 '비공개 정보를 교환해 은행이 부당이득을 챙겼는가'다. 공정위가 지적하는 LTV 정보는 각 지역별, 주택별 LTV 설정 비율인데, 이는 조금만 품을 팔아도 알 수 있는 정보이지만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의 공개된 정보는 아니어서 이 LTV 정보가 비공개 정보로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또 하나는 이 정보를 이용해 은행이 부당이득을 챙겼느냐인데, LTV를 낮게 설정할수록 은행의 이자수익도 낮아져 은행들이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보긴 어렵다.

업계 안팎에서는 공정위의 이런 행보에 대해 '무리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2년에도 공정위는 6대 은행이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며 조사에 나섰지만, 증거불충분으로 심의 종결된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무리한 제재가 시장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2020년부터 기업들이 거래 관련 민감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담합'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상황이라 결론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LTV 정보 공유 등에 대해 당국의 행정지도가 개입된 사건이 아니라며 공정위와 대립하는 모양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공정위가 의견을 묻거나 상황을 공유하지 않는 점에 대해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달 두 차례의 심의를 거쳐, 이달 내에 결론이 나올 예정"이라며 "은행이 주장하는 부분도 두루 살펴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는 가계부채 관리하라고 하는데, 공정위에서는 이걸 담합이라고 하니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공정위가 끝내 '담합'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엔 수천억원의 과징금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으로서는 정부의 금융정책에 따른 업무를 진행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