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산책]탄생 100주년 '찬란한 전설, 천경자', 고향 고흥서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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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생각할 때마다 미소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슬퍼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어요. 강하면서도 약하고 얕으면서도 높은 처세를 못 하고 생활인으로 영 모자라면서 선생님은 그 진실 때문에 살아가시는 분입니다. 누가 선생님을 아실까요 내가 아는 사람 내가 아는 작품 거만스럽게도 내가 알며는 남이 모를 거라는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건방지죠? 그건 일종의 안타까움 때문입니다. 속인들의 피면적 견해가 싫어서 그래요. 역시 건방진 얘기죠."
당시 신문에 실린 국전평에 이봉상 화가는 천경자 화백을 '칼라리스트'라 부르며 '도전하는 제작정신'을 보여주는 이 그림을 그 해 '국전의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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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화 29점·드로잉 23점 등 160여점
"선생님을 생각할 때마다 미소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슬퍼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어요. 강하면서도 약하고 얕으면서도 높은 처세를 못 하고 생활인으로 영 모자라면서 선생님은 그 진실 때문에 살아가시는 분입니다. 누가 선생님을 아실까요 내가 아는 사람 내가 아는 작품 거만스럽게도 내가 알며는 남이 모를 거라는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건방지죠? 그건 일종의 안타까움 때문입니다. 속인들의 피면적 견해가 싫어서 그래요. 역시 건방진 얘기죠."
-박경리 선생의 친필 편지 내용 中
천경자(1924∼2015) 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찬란한 전설, 천경자'가 그의 고향 전남 고흥에서 개최된다.
천 화백의 탄생일인 11일 개막한 이 전시는 다음 달 31일까지, 고흥분청문화박물관과 고흥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꽃과 여성으로 승화한 작가의 작품세계 속 그동안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등을 비롯해 채색화 29점, 드로잉 23점, 아카이브 등 총 160여 점을 전시한다.
120호 크기 '제주도 풍경'은 1956년 국전에 출품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으로, 이후 수십년간 대중 앞에 공개된 적이 없는 천 화백의 낯선 그림이다. 당시 신문에 실린 국전평에 이봉상 화가는 천경자 화백을 ‘칼라리스트’라 부르며 ‘도전하는 제작정신’을 보여주는 이 그림을 그 해 ‘국전의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꼽았다.
1970년 귀국전에서 첫선을 보인 유화 '누드'는 작가가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1969년∼1970년 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귀국전 이후 반세기 넘게 한 번도 외부에 전시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전시를 기획한 천 화백의 둘째 딸 수미타 김(본명 김정희·70)은 "어머니 작품이 기증된 서울시립미술관에 대표작이 많은데, 이번 전시에 한 점도 반출이 안 돼 아쉽지만,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됐다"며 "그 때문에 특이한 소장품들을 발굴하는 동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금세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 순결한 눈망울, 뾰로통한 처녀 특유의 표정"으로, 노란 원피스에 하얀 챙 모자를 쓴 ‘길례언니Ⅱ’(1982)는 작가를 대표하는 이상적 여성상으로 언급돼 온 인물화다. 초등학생(고흥보통학교) 시절, 축제에서 본 한 선배의 모습을 모티브로 창작한 인물인 길례언니는 오직 작가의 작품 속에서만 살아 숨 쉬는 영원한 아름다움의 표상으로 남아있다.
이번 전시에는 천 화백과 각별한 사이였던 '토지'의 박경리 작가를 비롯해 지인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들, 자서전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의 삽화 '유리상자 안의 뱀' 등 각종 다양한 드로잉과 채색화, 아카이브를 여러 경로로 수집해 관객에게 선보인다.
천경자는 전남 고흥군 고흥읍 서문리에서 태어나 고흥공립보통학교를 나와 광주로 유학,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일본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현 동경여자미술대학)에서 공부하던 중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외할아버지를 그린 '조부'와 외할머니를 그린 '노부'가 연달아 입선하며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번 특별전 기간 중 고흥아트센터에서는 공모로 선정된 청년 작가 82명이 천경자를 기리며 각자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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