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이세계 퐁퐁남> 논란에 부쳐
[김득원 기자]
▲ 네이버웹툰 공모전 |
ⓒ 네이버 |
웹툰 작가 지망생들의 대표적인 등용문으로 꼽히는 이 공모전은 작가들이 업로드한 1화분의 원고로 1차 심사를 진행한다. 1차 심사의 통과 여부는 베스트 도전만화 등극으로 확인되며 이후 2, 3화분의 원고를 통해 최종 선정작이 결정된다.
이 공모전은 2019년 처음 개최되어 올해로 6해 째다. 쟁쟁한 여러 작품들을 배출한
공모전이기에, 작가 뿐 아니라 독자들의 관심도 무척 뜨겁다. 웹툰 <이세계 퐁퐁남>의 논란은 지난 9월 말 1차 심사 통과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되었다(관련 기사: '여성 혐오' 방관한 네이버웹툰, 불매 운동 가속화되나 https://omn.kr/2ap91 ).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것은 작가에게는 2차 심사 도전 자격을 부여하고, 독자에게는 본인의 콘텐츠 판별 기준과 플랫폼의 기준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러나 이후 웹툰의 2, 3화가 차례로 공개되고 해당 공모작이 여성 혐오와 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창작자 윤리 의식과 플랫폼의 역할, 책임에 대한 논란이 등이 불거져 나왔다.
지난 4일에는 100여 명 누리꾼들이 경기 성남 네이버 건물 앞에 '네이버 웹툰 NEVER 소비(불매하겠다)', '소비자 조롱하는 네이버 웹툰' 등 문구를 단 근조화한 10개를 보냈다는 언론 기사도 나왔으나, 공모작의 작가 '퐁퐁'은 1화 '작가의 말'을 통해 "저는 혐오를 조장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세계 퐁퐁남>은 아내의 외도로 인해 이혼 후 억울하게 모든 것을 잃은 남성이 '이세계'로 갈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이후 현실과 이세계를 오가는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공개된 3화 분량의 원고를 통해 볼 때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공모작의 목적이 풍자와 비판이었다면,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는 인물 관계 설정과 구체적인 서사가 뒷받침되어야 했다.
▲ <이세계 퐁퐁남>의 장면들 |
ⓒ 네이버웹툰 |
3화 분량만으로 이만한 화제성을 불러 일으킨 건 네이버 지상최대공모전 진행 방식의 특수성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해당 분량만으로 작품에 대해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심사 과정을 공개하는 '공모전에 출품하는 공모작'이라면 주어진 분량 내 충분한 설득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후속 전개와의 유기성이 결여된 방식은 단순히 이목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접근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또한 비난과 조롱, 한탄으로 이루어진 대사들을 통해 타인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 없이 본인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피력하는 모습만이 강조되었다. 이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무책임한 소통방식의 전형처럼 보인다.
배척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을
문제의 핵심은 '반성과 성찰의 부재'에 있다. 이에 공모작과 플랫폼에 대한 논의를 넘어 현재의 잘못된 소통 방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타인과 사회를 비난하는 태도, 자신의 문제에 대한 책임과 해결하려는 노력의 실종은 일종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듯한 느낌이다.
소위 '편가르기'를 유도하는 설정을 통해 특정 대상의 자유로운 의견으로 포장하며 정당화하는 방식은 감정적 호소와 '확증 편향'의 시각을 더욱 부추긴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Peter Wason)이 제시한 개념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특히 일부 남초 위주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두드러지는 이런 '확증 편향' 성향은, 의견과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며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대화에 치우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에 대두된 여러 문제들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소통 방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사회 전반으로 반성과 성찰이 이루어져야 하며, 창작자와 플랫폼 역시 이해와 책임감을 가지고 작품을 내보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전한 소통 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이 간절히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배척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믿는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득원씨는 만화평론가입니다.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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