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 공은 던져졌다…민주당 '주 52시간' 집착 버려야 [박영국의 디스]
민주당, 보조금 지원은 전향적…주 52시간 근무 대상 제외는 '노동계 눈치'
반도체 경쟁서 살아남으려면 R&D 통한 기술 확보 필수
엔비디아‧TSMC R&D 인력 풀가동 와중에 한국만 '발목'
국민의힘이 지난 11일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 근거 등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했다. 미국(53조원), EU(64조원), 일본(23조원)이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해 거액의 보조금을 쏟아 붓는 사이 세액공제, 대출 등으로 생색만 내던 우리나라도 뒤늦게나마 반도체 산업 지원을 대폭 확대할 길이 열릴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가능성’까지만 언급한 것은 여당과 극한 대립 중인 거대 야당의 존재 때문이다. 국회 전체 의석 300석 중 170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반도체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없다.
다행히 민주당도 반도체 기업 지원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한국 경제, 특히 수출의 핵심 축인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주요국들이 사활을 걸고 뛰어든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국내 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기업 지원’에 극단적 반감을 가진 일부 지지층을 고려하더라도 민주당이 이런 목소리를 무시하고 반대만 외치기엔 명분이 너무 빈약하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도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에 대해서는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어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여야 합의 가능성은 낙관적이다.
문제는 반도체특별법에 담긴 또 다른 핵심 사안인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이다. 반도체 핵심 기술 연구개발(R&D)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인데, 민주당은 이 조항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으로 인해 반도체특별법이 좌초되는 것도 문제지만, 조속한 통과를 위해 이 조항을 제외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반도체 업계는 보조금 지급 못지않게 R&D 인력이 주 52시간 근무 제한의 족쇄에서 풀려나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반도체는 설비 투자 뿐 아니라 초미세화, 수율 안정화 등을 위한 기술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분초를 다투는 글로벌 기술 경쟁 상황에서 R&D 인력이 경직된 근로시간제에 발목이 잡혀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실제,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엔비디아 직원들은 고액의 연봉을 받는 대신 종종 주 7일 근무에 새벽 1~2시까지 일한다는 사실이 블룸버그 등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연구 센터도 하루 24시간, 주 7일 가동된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업 명운을 틀어쥔 핵심 고객사다. TSMC는 삼성전자가 시급히 추격해야 할 파운드리 업계 선두주자다. 우등생을 따라잡기 위해 밤을 새도 모자랄 처지에 ‘공부 시간 제한’ 까지 걸린 게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현실이다.
물론 민주당에게 있어 ‘주 52시간 근무제’는 매우 민감한 이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우는 것이기도 하고, 핵심 지지층인 노동계가 극도로 예민하게 지켜보는 사안이기도 하다. 특정 업종, 특정 직군에 대한 제한적 예외 적용이라 한들 주 52시간 근무제에 손을 대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으로서, 언젠가 집권 여당이 됐을 때 나라 살림의 주축이었던 산업이 피폐화된 상태로 정권을 이양 받는 게 바람직한 일은 아님을 민주당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을 이끄는 이재명 대표는 지난 3월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의 대들보”라며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개별 기업들의 노력만으로는 파고를 헤쳐 나가기가 어려워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현재 닥친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그 현실 인식을 실천으로 보여줄 순간이 왔다. 민생을 위해서라면 특정 지지층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당과 협치하는 것을 넘어 더욱 전향적인 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는 건설적인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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