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생산인구 절벽, 회색 코뿔소가 온다

오현길 2024. 11. 12. 09:2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기업 몇 곳 인사 부서에 물었다.

이러한 추세가 길어지면 공대생을 많이 채용하는 기업의 경쟁력도 서서히 하락할 것이란 위기의식을 전한 셈이다.

20대(356만9000명), 30대(547만3000명) 취업자는 줄 곳 하향 추세다.

생산 가능한 인적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는 기업 만의 과제는 아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업 몇 곳 인사 부서에 물었다. 하반기 채용 현장을 지켜보면서 가장 큰 관심사가 뭐냐는 질문에 '위기의 공대'라는 답이 빠지지 않았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하면서 의대로 전공을 바꾸는 공대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대학가 얘기였다.

공대생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야 하겠냐만, 상위 인재들이 의대로 빠져나가면 결과적으로 평균적인 공대생의 경쟁력이 뒤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추세가 길어지면 공대생을 많이 채용하는 기업의 경쟁력도 서서히 하락할 것이란 위기의식을 전한 셈이다. 그렇다고 의대에 몰리는 학생들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에 다니고 있는 전문 기술 인력마저 해외로 이직하는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공계 분야 인재 유출을 기업이 나홀로 가로막기는 벅차다. 고액 연봉이나 쾌적한 근무환경, 넉넉한 복리후생은 물론 자아실현의 기회, 일과 생활의 균형에 이르기까지 해외 이직을 택하는 이유는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기업을 통해 나라에 이바지한다는 '기업보국'의 정신은 빛바랜 외침일 뿐이다.

인재가 사라지는 현상은 공대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머지않은 미래 사람을 뽑는 것 자체도 어려워질 조짐이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지난 5월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15세에서 64세까지 생산가능인구는 2023년 3657만명에서 2044년 2717만명으로, 20년 동안 무려 1000만명이나 줄어든다고 한다.

지금 주변에서 일하는 근로자 4명 중에서 1명이 사라진다고 상상해보라. 남은 사람들이 일을 더 해야 하는지, 아니면 해야 할 일을 줄여야 하는지 선택의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더는 '52시간'이나 '주6일' 근무처럼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운운할 문제가 아니게 될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상당수 경제활동은 이미 고령층 차지가 됐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674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넘었다.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50대(672만명)를 앞섰다. 20대(356만9000명), 30대(547만3000명) 취업자는 줄 곳 하향 추세다.

생산 가능한 인적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는 기업 만의 과제는 아니다. 국가적으로도 심각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다. 국가전략기술로 점찍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 모빌리티 등 대부분 분야에서 전문 기술직이 필수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이 사람을 속속 대체하고 있다지만, 그것을 만들 사람이 먼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생산가능인구의 절벽은 소비 활력을 떨어뜨리고 내수시장이 무너지는 장기 저성장의 '슈링코노믹스(shrinkonomics·축소경제)'를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누구나 알고 있으며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도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 앞을 가로막은 이 '회색 코뿔소'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육사는 현 정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젊은 인재를 키워내고, 이들을 품어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더 늦기 전에 찾아야 한다.

오현길 산업IT부 차장 ohk0414@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