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은행나무만 보고 가믄 천년 느티나무가 섭섭해헌다
박영호 2024. 11. 12. 08:54
강원도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를 보고 흥원창을 지나 법천사지까지
이제 막 조운선 전망대가 세워져서 섬강과 남한강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더 잘 내려다볼 수 있다. 여기는 해가 저물 때가 참 좋다. 부론면사무소 가는 법천사지길은 은행나무 터널을 만들고 있다.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해서 아직은 볼품없다. 철로 만든 구조물을 올려놓은 모습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예산 낭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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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 기자]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엔 뿌리 깊은 은행나무가 있다. 1964년에 천연기념물 167호로 지정되었고 2017년부터 해마다 '반계리 은행나무 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축제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예년 같으면 가지가 휑해졌을 때인데 올해는 따뜻한 날씨 때문에 오래 가는 모양이다. 아직도 노란 잎을 풍성하게 달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단풍을 즐기는 사람이 아주 많다.
조금 한산한 때 들르려고 9일 오전 8시에 갔는데 바로 앞 주차장은 가득 찼고 반계초등학교 운동장까지 거의 다 채워졌다. 이렇게까지 사람이 몰리는 곳은 아니었는데 홍보 효과가 참 대단하다. 주위에서 타지방 사투리가 많이 들리는 걸로 보아 이제 전국적으로 알려진 모양이다. 사람이 많아서 도저히 사람이 없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드론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 더욱 장관이다.
▲ 반계리 은행나무 |
ⓒ 박영호 |
▲ 반계리 은행나무 |
ⓒ 박영호 |
▲ 반계리 은행나무 |
ⓒ 박영호 |
▲ 반계리 은행나무 |
ⓒ 박영호 |
▲ 반계리 은행나무 |
ⓒ 박영호 |
원주는 관광상품이 그다지 많지 않다. 치악산도 명산이라곤 하지만 그렇게 빼어난 경치라고 자랑하기 힘들다. 반계리 은행나무만 보고 가기엔 아쉬워할 사람들이 많을 듯하여 주위에 있는 명소를 몇 곳을 소개한다.
먼저 간현리에 있는 소금산 출렁다리와 울렁다리가 유명하다. 케이블카도 만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인공적이라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 번은 들러볼 만한 곳이다.
▲ 흥원창 |
ⓒ 박영호 |
이번에는 반계리에서 은행나무를 보고 부론면에 있는 흥원창을 지나 법천사지를 들렀다.
고려시대에는 전국에 13 조창을 설치하고 조운(漕運)을 통하여 각 지방의 세곡을 개경으로 운반하였다. 흥원창(興元倉)은 고려 초기에 설치한 전국 12 조창 중 하나로, 현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 지역에 위치하였다. 고려 초기인 992년(성종 11) 개경까지의 수경가(輸京價, 조운선의 운반 비용)를 정할 때, 세곡 6석에 1석의 비용을 지불하는 포구 중 은섬포[銀蟾浦, 이전 명칭은 섬구포(蟾口浦)]가 흥원창이 있던 포구로 파악된다. 은섬포는 평원군(平原郡)에 위치했다고 하는데, 평원은 원주의 별칭이다. 강원관광
이제 막 조운선 전망대가 세워져서 섬강과 남한강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더 잘 내려다볼 수 있다. 여기는 해가 저물 때가 참 좋다. 부론면사무소 가는 법천사지길은 은행나무 터널을 만들고 있다.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해서 아직은 볼품없다. 철로 만든 구조물을 올려놓은 모습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예산 낭비로 보인다.
▲ 부론면에 은행나무 터널을 만들고 있다 |
ⓒ 박영호 |
법천사지는 신라시대에 세워져 고려를 거쳐 조선까지 번성했던 절이 있던 곳이다. 임진왜란 때 불탔다고 전해진다.
▲ 법천사지 빈 터에 고목만 남아 있다. |
ⓒ 박영호 |
▲ 아름다운 절정, 영혼이 머문 자리 |
ⓒ 박영호 |
여기에 있던 지광국사탑은 화려하기로 유명한데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돌려받았으나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경복궁에 있다가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부서졌다.
▲ 지광국사탑비 |
ⓒ 박영호 |
▲ 비석 옆면도 화려한 조각이 있다 |
ⓒ 박영호 |
▲ 지광국사탑비 뒷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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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국립문화유산연구원으로 가서 복원된 탑이 마침내 원주로 다시 돌아오긴 했는데 여러 가지 문제로 제자리에 세우지 못하고 유적 전시관에 다시 세웠다고 한다. 아쉽게도 유적 전시관이 공사 중이라 다시 세워진 모습을 보지 못했다.
홀로 외로이 서서 탑이 사라진 자리를 지키던 지광국사탑비는 계속해서 빈자릴 지켜야 한다. 탑비도 뒷면에 금이 간 자국이 보여서 안타깝다. 임진왜란이 없었다면 어쩌면 법천사는 불국사만큼이나 좋았을 것인데 너무 안타깝다. 법천사지 한가운데 서 있는 느티나무는 수령이 1000년이 되었다고 하니 800년인 은행나무보다 무려 200년이나 오래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진 못했다.
▲ 1000년 된 느티나무 |
ⓒ 박영호 |
며칠 전에 경주 황룡사지에서 신라시대 접시가 발굴되어 1300년 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100년도 못사는 인간에게 1000년은 가늠하기 어려운 세월이다. 법천사지에서 받은 느낌이 좋다면 근처에 있는 또 다른 폐사지인 거돈사지까지 돌아보면 참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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