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지킨 한강 번역가의 소감 "번역 공로는 과장 없이 인정받아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작품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도움을 준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가 '한강과 번역에 관하여'라는 기고문을 통해 "우리(번역가들)의 공헌이 인정받는다면 기쁜 일이겠지만, 번역가들의 공헌이 과장 없이 정확하게 인정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12일 스미스가 보내온 기고문을 게재했다. 스미스는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2016년 영국의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공동 수상한 번역가다. 그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 이후에도 이에 대한 직접적인 의견 표명을 자제해왔다. 한강이 노벨상 수상 후 공식 기자회견을 열지 않겠다고 하자, 이 소식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보조를 맞췄다.
지난달 10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약 한 달 여 만에 스미스는 자신이 번역가라는 점을 앞세우지 않은 채 "한강의 작품을 사랑하는 세계의 무수히 많은 독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한강의 뛰어난 작품이 인정받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한강의 작품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본 우리에게 노벨상은 우리가 알던 것을 확인시켜주는 일"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문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한강은 종전과 완전히 다른 수준의 인정받는 작가가 됐다"며 기뻐했다.
또 "노벨상은 작가의 작품 전체에 수여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권 중심적인 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커상과 큰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노벨문학상이 주로 백인 남성에게 수여되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오랫동안 유럽 중심주의와 성차별이 만연했는지 보여준다"며 한강이 121년의 노벨문학상 역사상 아시아 여성 최초로 이 상을 받는 것에 대해 "문학계가 공정한 시대, 개인의 정체성이 공로를 가리지 않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했다.
그는 "한강의 작품을 번역하는 사람은 50명이 넘는다"며 "한강의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미 스웨덴어, 프랑스어, 노르웨이어로도 번역되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점이 노벨문학상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에 한강의 작품을 알린 동료 번역가들의 치켜세웠다.
그는 "많은 번역가의 노고와 실력 덕분에 한강의 문학작품은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도 "우리들의 공헌이 인정받는다면 기쁜 일이겠지만, 번역가들의 공헌이 과장 없이 정확하게 인정받기를 바란다"며 기고문을 마쳤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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