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정담]강석진 중진공 이사장, "유니콘 도약 지원하는 '찾아가는 중진공' 되겠다"
'찾아가는 중진공' 강조
전국 누비기 위해 하루 1만5000보 걸어
‘찾아가는 중진공.’
강석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내건 기치다. 중소벤처기업의 지원 신청을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먼저 기업 현장을 찾아 다양한 니즈에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강 이사장은 권역별 거점을 중심으로 한 소통 프로그램을 ‘찾아가는 중진공’이라는 브랜드로 자리잡게 해 신뢰를 높일 수 있는 현장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찾아가는 중진공은 직원들만 바삐 움직여서 되는 게 아니다. 이를 위해선 수장이 먼저 발 벗고 나서 뛰어야 한다. 지원이 필요한 중소벤처기업은 전국에 산재해 있고 중진공의 지역본부·지부만 33개다. 전국을 누벼야 하는 강 이사장에겐 당연히 체력 관리가 필수다. 그가 하루 1만5000보를 걷는 이유다. 강 이사장은 "퇴근 이후에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한 시간 정도 걷는다"며 "주말에는 진주의 월아산, 양마산 둘레길을 트래킹하고, 멀리는 남해 금산까지, 서울에선 청계산에 오른다"고 했다.
틈만 나면 걷는 게 일상이 된 강 이사장에게 중진공 본사가 있는 진주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진주에는 남강과 영천강을 주축으로 산책로 조성이 잘 돼 있다. 어디서든 조금만 움직이면 강변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로 쉽게 들어선다. 지난달 30일 오후 강 이사장과 진주 남강과 진주성 일대를 함께 걸으며 현장과 정책을 잇는 중개자로서 중진공의 역할과 수요자인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정책 서비스 개선 방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중진공 이사장 취임 2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간의 소회와 함께 중점적으로 추진한 일들에 대해 듣고 싶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중진공의 실질적인 실체는 여기 다니는 개개인, 조직원들이다. 이 사람들이 모여서 중진공이라는 유기체를 형성한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에서도 우리 중진공 구성원 각자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보고 직원끼리 긴밀하게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했다. 소통을 통해 직원 간 이해도가 높아지고 업무 성과도 오르고 있다.
업무로 보면 중소벤처기업에 필요한 정책을 다방면에서 지원하고 있으나, 정책자금 이외의 사업들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에 대해 아쉬움을 느꼈다. 정책자금뿐만 아니라 수출 지원, 인력 지원, 창업 지원, 교육 등 실질적인 정책을 통해서 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에는 다양한 정책사업 정보를 이해하기 쉽도록 알리고, 국민에게는 기관의 역할과 가치를 적극 홍보해 기업과 국민 모두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찾아가는 중진공을 강조하고 있다.
▲중진공에서 융자를 공고하면 신청이 밀려든다. 이것을 받는 것만으로도 일이 많아 기존에는 골라서 지원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중진공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찾아가야 한다. 신청을 잘하면 혜택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몰라서 지원을 못 하는 기업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업이 절실할 때, 진짜 필요할 때 몰라서 지원을 놓치는 일이 생기지는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 서비스 전달 방식을 개선해 신속하고 능동적인 소통 활동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권역별 지역 현장에서 정책 홍보, 상담·컨설팅, 맞춤형 연계, 강연·세미나 등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제공하고 규모나 상황에 따라 이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인들과 현장에서 가깝게 소통하며 들은 현장의 목소리는 어떠한가?
▲최근 진주에 위치한 상평일반산업단지를 찾아 입주기업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가장 큰 애로를 호소하는 것은 인력 문제였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의 경우 지역 인구소멸 추세와 중소기업 근무 기피 분위기 등으로 인력난이 더 심화하고 있다. 사람 못 구해서 문 닫는다는 곳이 많을 정도다. 중소벤처기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키워드는 결국 ‘인력’이다.
중진공은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빈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인력공급 채널 다각화, 재직자 역량 강화를 통한 생산성 증진, 장기 재직 유인을 위해 지원 중이다. IT 분야에선 구인이 어려운 국내 스타트업에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높고 인건비가 낮은 베트남 소프트웨어 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중소벤처기업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지역 기업과 매칭해서 인력을 지원하려고 한다. 현장 인력 못 구하는 곳을 위해선 비자 발급 등 관련 업무를 법무부와 협조해 도움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수원을 활용해 교육도 하고 있다. 기존 중소기업 재직자와 더불어 외국인 근로자, 경력단절 여성 등 다양한 근로자에게 필요한 직무연수 과정을 개발해 일자리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지역대학, 유관기관과 협업해 지역특화산업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중기 인력 문제 해결책의 일환으로 최근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저축공제’를 신규 출시했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계속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저축공제는 장기 재직 지원 확대를 위해 시중은행과 협업해 우대금리 혜택을 지원하고 기업주 부담을 줄여 다수의 예비 핵심 인력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기업주는 종업원이 내는 돈의 20%만 내면 된다. 공공 기관과 은행의 협업이 잘 돼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텐데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된 지원정책이 있나?
▲혁신성장 분야 등 성장 역량이 큰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수출·인력 등 정책 지원책을 집중 연계해 글로벌 유니콘과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내년에는 혁신성장 유망기업 100개 사를 선발해 스케일업 과정을 밀착 지원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약(Jump-up) 프로그램’을 신규 추진할 계획이다. 어떤 기업이 도약하고 성장하려면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이 사업은 전략을 제시한다. 다양한 민간전문가를 통해 기업별 스케일업 전략을 수립하고 해외 진출, 기술애로 해결 등 기업 성장에 꼭 필요한 자문 서비스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이 전략을 바탕으로 스케일업 추진에 직접 소요되는 각종 사업화 비용은 바우처 형태로 매년 2억5000만원씩 3년간 지원한다.
정책도 집중과 선택이 중요하다. 과거에 하던 방식으로 하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융자 아닌,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는 민간에서 많이 해야 하지만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은 공공기관 투자다. 민간에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이런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본다. 또 우리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을 저어하는 이유 중에서는 제도적 지원이 축소되는 문제가 있다. 중견기업이 되면 정부가 주는 혜택이 준다. 중견기업 기준을 바꿔야 한다. 중견기업 이전 단계에서 활발하게 성장할 수 있는 구간이 있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화와 해외시장 진출 애로 해소를 위한 지원 방향은?
▲중소기업 수출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이다. 우리 수출기업도 환율변동, 금융 리스크, 물류 애로, 원자재 수급 애로에 노출돼 있다.
정부 및 유관기관과 함께 힘을 모아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기회로 활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중기부와 중진공은 수출 지원협의체를 만들었다. 중진공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K-스타트업센터 등 해외 거점과 재외공관 중심의 중소벤처기업 지원협의체를 구성했다. 특히 재외공관이 참여해 외국 기업이나 바이어, 벤처캐피털(VC)의 신뢰도가 높아졌다. 국내에선 공공기관, 민간기관, 협·단체가 모여 원팀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 민간, 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수출 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돼야 한다고 보고 국내와 해외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향후 임기 동안 중진공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계획인가?
▲중소벤처기업이 안정적인 경영기반 위에서 혁신성장과 글로벌화를 통해 유니콘·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선 어렵고 힘든 고비만 넘기면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에 충분하고 신속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성장 역량이 큰 중소벤처기업은 과감히 지원하고 해외 진출까지 확실하게 이끌어 ‘K-국가대표’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 중소벤처기업 성장엔진이 멈추지 않도록 생산인구 감소, 지역소멸, 기후 위기 등 국가적으로 당면한 미래 도전과제에도 정책적 대응을 하겠다. 이를 위해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한 것을 찾아가서 맞춤 지원을 하고 직원들이 공정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
강석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1959년 경남 거창 출생 ▲영남고등학교 졸업▲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사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경남 거창군수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기술보증기금 이사·전무이사 ▲제20대 국회의원
대담·정리=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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