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 밀리고, 노인에 치이고…新사오정 지원, 2030의 18%뿐 [막막한 新사오정]
권고사직·희망퇴직 등으로 노동 시장에서 밀려나는 ‘신(新) 사오정(45세 정년)’ 퇴직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정부 일자리 대책과 재취업시장에선 4050이 소외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장년 지원 예산, 청년 6분의 1 수준
현장에선 정부 일자리 사업이 청년과 노인에 쏠려 있다고 말한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발표한 ‘중장년 고용특성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앙정부의 중장년(40~64세) 고용서비스 예산은 청년(20~30대)층 예산의 6분의 1 수준이었다. 1년 새 청년층 고용서비스 지원 예산이 556억원에서 1263억원으로 대폭 확대됐지만, 중장년층 지원예산은 213억원에서 223억원으로 1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우리 시의 전체 고용 지원 사업 예산을 연령대별로 나눠보니 노인(60세 이상) 대상 비중이 90.5%였다. 청년(19~35세)이 9%, 중장년(36~59세)은 0.5%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질적인 한계도 두드러진다. 정부의 중장년 정책 사업은 보통 ‘40대 이상’ 혹은 ‘50대 이상’으로 뭉뚱그려 있다. 근로자의 노동 능력은 물론 일자리 특성이 다른 6070 고령층과 4050이 함께 묶여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은 노인 공공일자리 중심이다. 4050이 원하는 민간 일자리로 확장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제공한 직접일자리 106만7000여개 중 83.8%가 65세 이상 고령층 대상이었다. 35~54세 중년 비중은 4%(4만2000여개), 55~64세 장년 일자리는 11.4%(12만1000여개)에 그쳤다.
강민정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은 “중장년과 전기 고령, 후기 고령 등으로 나눠 각기 다른 맞춤형 구직 지원 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아직 세분화하지 않았다”며 “지원책에서 소외된 4050이 상대적으로 질 낮은 일자리로 하향 취업하면 국가 전체 산업 생산성이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소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장은 “구인 기업과 구직자 간 상호정보를 세밀하게 파악하지 못해 발생하는 ‘정보 미스매치(불일치)’도 중장년 채용의 불균형을 심화한다”며 “예컨대 중장년층은 쿠팡의 경우 배송·택배 업무만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데 사실 기업 입장에선 품질검사나 현장관리직에도 중장년 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4050이 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부·민간 협력을 통해 이들을 노동시장으로 연계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장년층 재취업 희망자가 많이 찾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경우 엑셀·인공지능(AI) 콘텐트·숏폼 제작과 같은 디지털 교육이나 여행상품상담사 등 실무에 도움되는 재취업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10년 전 직장을 그만둔 최 모(54·경기도 안양) 씨는 재단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상품상담사 자격증을 땄다. 최 씨는 “정부가 운영하는 중장년내일센터가 집 근처에 있지만 대부분 소양교육만 한다. 실제 취업에 도움되는 프로그램이 없어 부득이하게 서울까지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3개월짜리 교육을 듣기 위해선 4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부턴 사업 대상이 기존 50세 이상에서 40세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40대 이용자가 대폭 늘었다. 포털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 수를 보면 4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2년 9.8%에서 올해 16.89%로 증가했다.
일부 지자체는 4050 구직자가 실제 노동시장으로 재편입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부터 자체적으로 사업비 5억4000만원 규모로 ‘4050 채용촉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 소재 중소·중견기업이 4050 신규 구직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후 6개월간 고용을 유지하면 채용기업에 인센티브(채용 1인당 월 76만원씩 6개월 지원)를 주는 사업이다. 이재환 부산시 일자리기획 팀장은 “당초 목표는 100명 정도였지만 신청 접수를 시작하자 184개 기업이 총 380명을 고용하겠다고 지원했고, 선발을 거쳐 현재 63개 기업 97명에게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40세 이상 중장년 인턴 910명을 뽑아 맞춤 기술교육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에 재취업할 수 있는 중장년인턴제(사업비 36억원)를 신설한다. 중장년층에 IT·제조·전기·설비 등 다양한 직업 교육을 제공하는 한국폴리텍대의 ‘신중년 특화학과’는 예산을 기존 50억원에서 107억원으로 2배로 확대한다.
기업의 인식 변화도 동반돼야 한다. 일례로 프랑스에선 로레알·AXA 등 136개 회사가 50세 이상 시니어의 고용 확대와 이들의 지위 향상, 경력 개발, 인식 변화에 앞장서겠다는 내용의 ‘50+ 헌장’에 서명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중장년 인력의 숙련도와 축적된 경험을 잘 활용하기만 하면 기업 생산성 유지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며 “한국 기업들도 이들을 유휴인력으로 둘 게 아니라 노동시장 안에서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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