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 "이준석·김종인 언제 알았나" 명태균 '정치인 인맥' 캤다
검찰이 지난 8~9일 연이어 명태균씨를 소환해 조사한 핵심 테마는 ‘정치인 인맥’인 것으로 11일 파악됐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씨가 유력 여권 정치인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공천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지난 이틀간의 명씨 조사에서 김영선 전 의원과 명씨 사이 ‘세비 상납’ 의혹의 원인으로 꼽히는 공천 개입 여부 확인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유력 정치인과 명씨 사이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을 토대로 이들과 어떤 관계인지 명씨에게 따져 물었다고 한다. 수사팀은 특히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록을 명씨에게 제시하며 이들과 언제, 어떻게 만나 친분을 쌓았는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명씨로부터 ‘이 의원과는 2021년 중반부터, 김 전 위원장과는 2020년 말부터 알게 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명씨는 또 검찰 조사에서 ‘김건희 여사와는 2021년 6월쯤 처음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윤 대통령 부부 측근으로 알려진 A교수와 현직 국민의힘 B의원이 명씨에게 ‘김 여사를 만나보라’고 제안해 두 사람 소개로 서울의 한 식당에서 김 여사를 만나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명씨로부터 ‘김 여사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도 만났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같은 달 29일 윤봉길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명씨는 그 직후인 7월 4일 윤 대통령 부부와 김종인 전 위원장이 만나는 자리에도 동석했다.
명씨가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선거는 2022년 6월 경남‧창원 의창 재보궐 선거, 2024년 4월 22대 총선 두 차례다. 앞서 윤 대통령에게 대선 기간 81차례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하고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받았다(정치자금법 위반)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중 앞선 선거인 2022년 보궐선거의 경우, 김 전 의원 공천 결과는 윤 대통령의 취임 당일인 2022년 5월 10일 발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김영선이를 (공천) 좀 해줘라”는 윤 대통령과 명씨 사이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는 취임 전날(5월 9일) 녹음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윤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다. 해당 선거의 공천은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총괄했다. 당시 당대표는 이준석 의원이었다. 검찰은 명씨에게 이 의원과 어떤 관계인지 캐물으며 공천 개입 여부를 확인했지만, 명씨는 검찰 조사에서 ‘좋은 사람이 있으면 누구나 추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단순 의견 개진이란 취지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또 올해 4월 총선에서 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의 지역구 이동(창원의창→김해갑)에 개입했는지를 추궁했지만, 명씨는 이 또한 부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명씨로부터 ‘경남 지역 중진들이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게 당시 당의 기조였다. 김 전 의원이 물어보면 그와 비슷하게 답해준 기억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의 지역구 이동은 자신과 상관없다는 의미다. 당시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관위원장에 있었다. 당시 김 전 의원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이 과정에서 명씨가 김 전 의원과 개혁신당 이준석·천하람 의원과의 이른바 ‘칠불사 회동(지난 2월 29일)’을 주선한 데 대해서도 명씨 측은 ‘김 전 의원이 무소속이나 개혁신당 소속으로라도 선거에 나가고 싶어해 이준석 의원 등과 미팅을 주선해준 것뿐’이란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명씨 측은 연이틀 이어진 조사에서 ‘윤 대통령 부부에게 김 전 의원을 추천한 것은 맞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의견을 낸 것일 뿐 공천 개입은 아니었다’는 식의 주장을 반복했다고 한다.
명씨 측 변호인은 10일 중앙일보에 “후보자 추천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은 공천권도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뇌물죄(형법 129조)의 경우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담당할 직무에 관해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하거나 약속한 뒤 공무원이 되면 처벌하는데, 공천이 대통령의 직무가 아님을 주장하면서 죄의 구성 요건인 ‘직무관련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검은 11일 공천을 대가로 9000만원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했다. 검찰은 특히 명씨가 과거 쓰던 휴대전화기를 폐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명씨 조사과정에서도 ‘휴대전화 공기계를 팔면 돈이 되는데 왜 안 팔고 그냥 버렸느냐’ ‘강혜경씨에게 하드디스크를 파기하라고 지시한 이유는 무엇이냐’ 등을 캐물었다고 한다. 이에 명씨는 ‘유력 정치인의 번호가 들어있어 함부로 팔 수 없었다’ ‘컴퓨터를 정리한다고 하길래 내가 쓰던 문서는 버려도 된다고 말한 것뿐’이란 취지로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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