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주한 미대사들 “트럼프, 언제든 김정은과 대화 가능” “尹과 호흡 좋을 것”

김형구 2024. 11.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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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2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리조트에서 열린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윈스턴 처칠(전 영국 총리)은 ‘협상은 언제나 전쟁보다 낫다(To jaw-jaw is always better than war-war)’고 했습니다. 트럼프도 김정은에 대해 마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해리 해리스 전 대사는 9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북ㆍ미 대화는 언제든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트럼프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맺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미국과 북한의 대화 재개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을 가늠해보기 위해 해리스 전 대사(2018~2021년)와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대사(2005~2008년)와 최근 서면ㆍ전화 인터뷰를 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호흡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라며 한ㆍ미 동맹이 굳건히 유지될 거라고 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 사진 미 의회 청문회 영상 캡처


“윤 대통령과 트럼프 호흡은 낙관적”


이들은 트럼프 2기가 들어서면 대북 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미국과 북한의 대화 재개는 어느 시점에서든 가능하다”며 “트럼프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맺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때 후보 수락 연설에서 “핵을 가진 쪽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김정은과 나는 잘 지냈다”고 했고, 선거 유세에서 과거 김정은에게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 관람을 제안한 사실을 공개하며 “우리는 시즌 첫 경기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도 지난 9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다만 일각에선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레이철 민영 리 선임연구원은 “우리가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은 5년 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며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에 더 높은 가격표가 매겨졌고 북한 지도층 내부에서 미국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근본적 회의론이 촉발됐다”고 CNN에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김정은 정권의 대화 테이블이 차려지더라도 김정은을 다루기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


“방위비분담 합의 뒤집을 가능성”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개정을 요구해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실화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한 미대사 근무 이후 2012~2016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차장을 지낸 버시바우 전 대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한국에 보인 깐깐한 협상 태도를 감안하면 SMA 협상 타결을 뒤집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계수기·현금지급기)으로 부르며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6000억 원)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을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지난달 4일 타결된 제12차 SAM 협상에서 2026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정한 1조5192억 원의 9배에 달하는 규모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카드를 꺼내 들며 한국에 방위비 부담금 증액을 압박해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든 힘 동원해 중국에 공격적 외교 펼 것”


해리스 전 대사와 버시바우 전 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우선 외교정책 과제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될 것이며 향후 4년간 미ㆍ중 무역전쟁은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격화될 것이라고 봤다. 주한 미대사 부임 전인 2015~2018년 미 태평양군사령관을 지낸 해리스 전 대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유세 때 한 발언을 감안하면 중국의 악의적인 영향력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모든 힘을 동원해 중국에 대한 공격적 외교를 펼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0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따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해리스 전 대사는 특히 “트럼프 2기는 중국과의 대결 전선에 한국 등 동맹국의 동참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경제적 요소를 동원해 이런 노력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선거 유세 과정에서 더욱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거센 압박을 예고해 왔다.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멕시코 등을 통한 자동차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중국 업체가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량에도 관세를 100% 매기겠다고 했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을 통제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디리스킹’(deriskingㆍ위험제거) 기조를 넘어 더욱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로 중국에 타격을 가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버시바우 전 대사도 “트럼프 2기의 ‘투 두 리스트’(To Do Listㆍ할 일 목록)는 상당히 길겠지만 무엇보다 중국과의 경쟁이 우선시될 것”이라며 “중국과 전략적ㆍ군사적ㆍ경제적 측면 모두에서 경쟁하는 데 관심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군사 준비태세 개선 노력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해리스 전 대사는 “수년간 국방 예산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사 준비태세와 능력을 신속하게 개선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며 “역내 중국의 나쁜 행동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에게 더 많은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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