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국회 문턱 못 넘나…野 "근로시간 유연화는 안된다"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의 보편적 기본관세 등을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한국 수출 산업에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이런 중에도 국익과 직결되는 반도체 지원법 처리는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11일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반도체특별법)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보조금 등 재정지원 ▶특별회계 신설 ▶반도체 지원기구 구성 ▶반도체 클러스터인허가 의제 ▶근로시간 유연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그간 고동진·송석준·박수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합친 국민의힘 당론 법안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법안 제출 뒤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에는 통과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반도체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엔 동의하면서도, 각론에서는 난색을 보였다. 특히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해서는 사실상 ‘불가’ 방침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당 법안엔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있는데, 우리 당의 노동시간과 관련한 기본 입장은 현재 근로시간도 많아 주 4.5시간제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노동시간까지 건드리는 건 논의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조금 등 재정지원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정부가 직접 돈 주는 것에 대해선 다른 정책에서 다 꺼려왔는데, 반도체에서만 지원할지는 살펴봐야 한다”며 “세제 지원이나 법인세 감면으로 할지, 아니면 미국처럼 돈을 직접 주는 방식으로 할지 세부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특별법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중(對中) 제재와 관세 인상 압력 속에 산업 자체의 유동성이 커진 만큼 외국 기업과 출발선을 나란히 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제때 개발을 못 하거나 제때 생산을 못 하면 완전히 시장에서 뒤처지는 타이밍 산업”이라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만큼, 근로시간 완화 등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도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했다. 김태년 의원안에는 신재생에너지 설비공급과 설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거나 인프라 조성에 정부 책임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언주 의원안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도체 클러스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전력·용수 공급 및 산업기반시설 설치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정책위 관계자는 “근로시간 유연화도 당사자 서면 합의가 있을 때만 건강권 보호 조치와 함께 가능케 했다”며 “트럼프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 17일 방미 =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맞춰, 여야 의원 대표단도 곧 미국으로 향한다. 현지시간 18일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 D.C에서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9차 한미전략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의원 대표단에는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김건·김영배 의원, 김희정·강선영 국민의힘 의원, 위성락·이재강·조정식 민주당 의원 등이 포함됐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등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안보 수장들도 동행한다.
이들은 허드슨연구소와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같은 트럼프 당선인 측 싱크탱크와의 만남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아 한·미 동맹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들과 물밑 접촉할 예정이다. 대표단 관계자는 “한국의 인수위와 달리 미국은 (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1월 20일 전까지 정책을 언급하거나 노출하는데 민감하다”며 “CSIS 포럼서 자연스레 물밑 교류하며 물망에 오르는 이들과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현석·김민정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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