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화성-19형' 덩치만 키웠나…"상용품서 부품 뜯어 제조"
북한이 최근 발사한 신형 고체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에 군용이 아닌 상용 부품을 일부 적용해 개발했을 수 있다는 군 정보 당국의 첫 평가가 나왔다. 이는 “화성-19형은 최종 완결판 ICBM”이란 북한의 주장과 달리 정확도나 정밀성 등 무기로서의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정보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 당국은 최근 북한이 신형 ICBM 화성-19형에 상용 부품을 적용해 개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이다. 군 당국은 이와 함께 “ICBM에는 반도체 등 첨단 전문 부품이 다수 사용된다”면서 “상용 부품을 쓰면 미사일의 정확도와 신뢰도 낮아지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앞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수거한 북한산 유도 무기 잔해 분석 등을 바탕으로 북한이 이런 정밀 무기에 상용 부품을 적용해 운용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북한이 대북 제재로 인해 금수 품목인 반도체 확보가 어렵게 되자,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상용품에서 관련 부품을 떼어내 무기 제조에 사용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다. 통상 반도체 칩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세탁기, 자동차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군 당국은 “북한은 일반 탄약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금속· 합금·화약 등은 자체 조달이 가능한 것으로 본다”면서도 “정밀 무기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부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북한의 이런 고육지책은 KN-23 등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뿐 아니라 ICBM인 ‘화성-19형’ 개발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게 군의 평가인 셈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2397호)은 반도체와 같은 첨단 부품이 들어 있는 전자 기기의 북한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이런 가능성이 사실이라면 결국 화성-19형은 기존의 ICBM에 고체연료 주입량을 늘려 덩치만 키운 것일 수 있다. 북한 관영 매체가 “초강력 절대 병기”, “세계 최강의 위력”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것과 달리 실제 성능이 과장됐을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ICBM과 같은 정밀 무기에 상용 부품을 쓸 경우 유도체계의 항재밍 및 위성항법장치(GPS) 수신 기능이 적의 교란 신호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국방정보본부는 국회 국방위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올해 3월 20일 노동신문을 통해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용 다단계 고체연료발동기 지상분출시험 실시'를 공개한 이후 화성-19형 용도로 추정되는 고체연료 시험 정황은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새로운 고체연료를 개발하지 않고 크기만 키운 엔진을 썼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화성-19형은 화성-18형에서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추진체(모터)를 크게 만든 것인데, 이는 오히려 추진제 자체의 성능은 떨어진다는 방증”이라면서 “동시에 추진체의 노즐목 등에 적용하는 극한 소재를 아직 작고 정밀하게 만들지 못 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김정은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더 큰 주먹’인 신형 ICBM을 공개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뒀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군사·기술적으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게 목표가 아니라 미국 신(新) 행정부 출범을 노려 보여주기식 도발을 감행했다는 해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화성-19형은 시점상 미 대선 전후로 차기 행정부에 북한이 ICBM의 다종화에 성공했다는 걸 과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대기권 재진입, 다탄두(MIRV) 기술, 후추진체(PBV)와 같은 핵심 기술이나 부품은 아직 북한에 이전하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 국방정보본부는 “북한이 화성-19형 개발에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된 첩보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국방정보본부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우주 기술분야 협력’이라는 명목 하에 탄도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기술들을 지원 받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북·러가 기술·소재·부품 등에서 제재망을 회피 할 수 있는 모호한 품목을 거래하고선 “평화적 우주 기술 분야 협력”으로 포장할 가능성에 군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현재 위협이 낮더라도 북한이 러시아의 협력을 통해 기술 진전을 매우 빠르게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정영교·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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