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1000만 영화 ‘실미도’ 작가 김희재의 뮤지컬 도전

장지영 2024. 11. 1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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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윙데이즈-암호명 A’, 19일 충무아트센터 개막
유일한 박사의 독립운동 다룬 대본 쓰고 제작까지 맡아
한국 영화로는 처음 1000만 관객을 넘긴 ‘실미도’의 김희재 작가가 뮤지컬 작가로 데뷔한다. 이번에 직접 제작까지 맡은 뮤지컬 ‘스윙데이즈-암호명 A’는 유일한 박사의 독립운동을 소재로 했다. 컴퍼니 연작

2003년 한국 영화로는 처음 1000만 관객을 넘긴 ‘실미도’의 시나리오는 당시 30대 중반의 여성 작가 김희재가 썼다. 원래 1992년 만화작가로 데뷔한 김 작가는 그동안 영화 ‘공공의 적 2’ ‘홀리데이’ ‘한반도’와 드라마 ‘썸데이’ ‘더 뮤지컬’을 비롯해 소설, 만화 등 다양한 매체의 스토리를 썼다. 현재 추계예대 영상시나리오과 교수이자 스토리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올댓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55세인 그가 뮤지컬 대본 작가로 첫 도전에 나섰다. 바로 19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스윙데이즈-암호명 A’를 통해서다. 지난 11일 공연 연습이 한창인 충무아트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제가 대학에서 연극영화과 다닐 때 뮤지컬을 보고 연출에 대한 꿈을 키웠어요. 하지만 선배들에 이끌려 영화와 영상 분야에서 일하게 됐죠. 그래서 마음 한구석에 늘 무대에 대한 꿈이 있었는데, 이번에 뮤지컬 대본작가 겸 프로듀서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스윙데이즈-암호명 A’는 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1895~1971) 박사의 독립운동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유일한 박사는 일제 치하의 1945년 미국 첩보국 OSS(CIA의 전신)이 한국인 19명으로 특수 부대를 꾸려 추진하던 첩보 작전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냅코 프로젝트는 당초 8월 18일 작전 시행을 할 예정이었으나 사흘 앞두고 일본이 항복하며 무산됐다. 냅코 프로젝트는 요원들이 모두 죽은 후인 1990년대가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요원 중 한 명이었던 유일한 박사는 ‘암호명 A’로 불렸다. 김 작가는 올댓스토리가 유한양행의 지원을 받아 독립운동 관련 콘텐츠들을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올리는 과정에서 냅코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됐다. 그리고 냅코 프로젝트 소재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매체로 영화 대신 뮤지컬을 선택했다.

생전의 유일한 박사. 유한양행

“냅코 프로젝트가 워낙 흥미로운 소재여서 어떤 형태로든 콘텐츠로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았어요. 제게 친숙한 매체인 영화로 만들면 개봉 첫해에 수백만 명도 볼 수 있지만, 영화는 한 번 소비된 후 금세 잊혀지는 게 늘 아쉬웠어요. 이에 비해 뮤지컬은 잘 만들면 20~30년도 거뜬히 가잖아요. 공연을 할 때마다 배우가 바뀌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것도 좋고요.”

실존 인물인 유일한 박사의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만큼 이번 작품은 자칫 ‘국뽕’(맹목적 애국심)이나 위인전처럼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냅코 프로젝트에서 이야기가 처음 시작된 것은 맞지만, 대본은 유일한의 내면에 초점을 뒀다는 게 김 작가의 설명이다.

“‘실미도’와 ‘스윙데이즈-암호명 A’는 둘 다 실현되지 못한 프로젝트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시작됐다. 사건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건 속에 있었던 인물을 그렸다는 것도 유사하고요. 50살의 나이에 미국에서 사업을 접고 위험한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일한의 내적 갈등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의 첫 뮤지컬 도전에 함께하는 창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국내 뮤지컬계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는 연출 김태형, 각색·작사 박해림, 무대디자인 오필영, 음악감독 김문정과 함께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계에서 활약하는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가 이름을 올렸다. ‘지킬 앤드 하이드’ ‘데스노트’ ‘웃는 남자’ 등의 뮤지컬에서 편곡을 담당해 한국에도 알려진 제이슨 하울랜드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 작곡가로서 국내에 작품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2021년 암호명케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를 설립하고 3년간 이번 작품을 준비했다. 약 100억원 정도 되는 제작비가 투입됐는데, 투자 외에 유일한 박사를 다룬 작품 취지에 공감해 기부하신 분들도 적지 않다”면서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뮤지컬을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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