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폐암 무료 검진 대상 절반은 미수검… 자칫하면 큰코다쳐요
폐암도 일단 거기까지 따라잡아야”
가열담배 흡연력도 산정, 내년 시작
62세 남성 A씨는 담배를 매일 한 갑씩 40년 넘게 피워왔다. 주변에서 “제발 좀 끊으라”는 잔소리를 들었지만 금연하지 못했다. 그러다 국가 폐암검진 대상 통보를 받고서야 병원을 찾았다.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한 저선량 흉부CT로 찍은 폐 영상에서 암이 의심되는 하얀 혹이 발견됐다. 조직검사 결과 폐암으로 확진됐다.
A씨는 수술에 앞서 당장 담배부터 끊어야 했다. 금연 상담을 통해 금연약을 처방받았다. 다행히 초기 단계라 수술 후 추가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는 필요 없었다. A씨는 현재 금연을 유지 중이다.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부 김열 교수는 A씨 사례를 소개하며 “만약 폐암검진을 안 받았으면 암이 계속 진행됐을 것”이라며 “특별히 아픈 곳이나 증상이 없어도 폐암검진 대상 통보를 받으면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처럼 54~74세로 30갑년(하루 한 갑씩 30년 혹은 반 갑씩 15년) 이상 흡연력을 갖고 있으며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폐암 고위험군으로 2년 간격의 무료 국가검진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들의 절반 가까이는 통보를 받고도 증상이 없다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검진을 받지 않고 있다.
11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폐암검진 수검률은 51.2%로, 폐암검진이 시작된 첫해인 2019년(24.8%)보다 배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10명 중 5명 정도는 미수검 상태로 남았다. 폐암검진 대상은 연간 31만~35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검진 대상은 2년마다 시행되는 국가 일반건강검진과 병·의원 금연치료 사업 참여자가 제출한 문진표에서 흡연력을 확인해 건강보험공단이 선별한 뒤 개별 통보한다. 따라서 문진표에 현재 흡연 여부와 함께 자신의 흡연력을 정확히 따져 기재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최근 대한폐암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국가 폐암검진 도입 5년의 성과와 과제를 발표했다. 한국은 2019년 8월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폐암검진을 도입했다. 김 교수는 “흡연자들이 폐암검진을 받고 금연을 결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면서 “수검률을 더 높이기 위해 검진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5대암 검진 중 위암과 유방암 수검률이 65% 정도로 제일 높은데, 폐암도 거기까지는 따라잡아야 한다. 그다음 목표는 80%를 넘는 것”이라고 했다.
폐암검진 후 결과 상담 및 금연 진료도 꼭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사후 결과 상담률은 2019년 45%에서 지난해 35%로 감소 추세다. 검진 영상에서 폐암 음성으로 나오면 병원에 발걸음을 끊는 경향이 있다. 저선량 흉부CT를 찍으면 폐암뿐 아니라 폐기종, 폐섬유화증, 폐석회화 등 다른 이상 소견도 발견할 수 있고 조처를 할 수 있는 만큼, 후속 상담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다. 5년 상대 생존율(2017~2021년)이 38.5%로, 주요 10대암 중 밑에서 3번째로 낮다. 조기 진단을 의미하는 ‘국한 단계(암이 폐에 머뭄)’ 발견율이 23.4%에 불과하다. 70% 이상은 림프절 등 주변 장기나 원격 전이 상태로 진단된다. 사망률이 높은 이유다. 고위험군인 경우 정기 폐암검진을 통해 초기 단계 발견이 중요하다.
국가 폐암검진의 양성률은 7~8%이고 이 중 10분의 1 정도가 폐암으로 최종 판정되고 있다. 폐암검진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도 추가로 PET-CT, 기관지 내시경, 조직 검사 등을 거쳐 확진된다. 김 교수는 “조기 진단율 향상과 폐암 사망 감소 효과가 입증돼 국가 폐암검진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폐암검진 대상 확대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는 30갑년 이상 담배를 피운 현재 흡연자에 한정되고, 금연한 사람은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랜 흡연 후 담배를 끊어도 폐 속에 쌓여있는 발암 물질이 금방 없어지지 않고 지속해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금연 후에도 폐암검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2021년 정부가 금연한 지 15년 내 과거 흡연자도 검진 대상에 포함키로 했지만 예산 문제로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또 미국과 영국은 연령과 흡연력 범위를 넓혀 50세 이상, 20갑년 이상 흡연력으로 검진 가이드라인을 바꿨다. 김 교수는 “30갑년 이상 흡연하다 금연한 과거 흡연자의 폐암검진이 빨리 실행돼야 하고 국제 변화에 맞춰 50세, 2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경우로 대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근래 비흡연자 폐암이 특히 여성에서 증가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들로 검진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최근 대만에서 폐암 가족력이 있는 비흡연자에서 폐암검진의 효과성을 확인한 연구가 보고된 적 있지만, 아직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추가 연구 후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내년부터는 궐련형 전자담배(일명 가열담배)를 흡연력 계산에 산정해 검진 대상 선별에 반영한다. 신종 담배 흡연자가 늘면서 2019년부터 일반건강검진 문진표를 세분화해 궐련·액상형 전자담배 흡연 여부도 써넣도록 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자기기에 연초 스틱을 꽂아 가열된 열로 발생하는 연기를 마시는 형태다. 김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성분 분석에서 여전히 발암물질이 많이 검출되기 때문에 일반 담배와 폐암의 위험성이 차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액상 전자담배 흡연력의 포함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또 “저선량 흉부CT에서 발견되는 작은 폐결절(혹)을 정밀하게 찾아내기 위해 인공지능(AI)의 접목이 도움 되며 독일은 2026년부터 국가 폐암검진에 AI 프로그램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국가 폐암검진에도 정부 지원으로 AI 프로그램을 쓸 수 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일부 기관만 사용하고 있다”면서 “폐암검진 확대 시 영상의학과 의사의 판독 부담을 줄이고 검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AI 프로그램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 폐암검진 대상은 아니더라도 흡연력이 있고 심한 기침,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있거나 비흡연자지만 폐암 가족력 등이 있다면 15만원 정도를 자부담하고라도 폐암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전체 폐암 환자 중 국가검진을 통해 진단받은 경우는 15%밖에 되지 않는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환승연애2’ 김태이, 음주사고로 檢 송치…행인 1명 부상
- ‘반값 몽클레어, 딱 맞아요’… 한국서 대박난 키즈패딩
- “문다혜, 檢 출장·방문·전화 조사 제안했는데 다 거부”
- ‘의료비 환급금’ 받으면 토해내는 연말정산 가산세 없어진다
- 산티아고 순례길 혼자 걷는 여성들, 성희롱 위험
- 생후 18개월, 고작 5㎏…母방치에 영양실조·저체온 숨져
- “날 죽이려한 엄마, 선처해주세요” 살아남은 아이의 선택
- 미국 여성들도 한국 따라 “비혼, 비출산, 비연애, 비성관계!”
- ‘나무 같지만 사실은 철?’ 스타벅스 감성 인테리어 비밀은
- 불에 탄 車, 운전자 시신 발견… 서산 강도사건의 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