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고혈압·당뇨 관리 지역 맞춤형 서비스… “보건소 앱 신통하네”

민태원 2024. 11. 1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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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만성질환 관리, 이젠 모바일로] <상> 주민 만족감 큰 논산·서산
‘내 손안의 보건소’
'채움건강' 앱에 식단·운동 남기면
보건소가 피드백 주며 도우미 역할
논산, '걷쥬' 등 자체 앱과 시너지
서산, 가족과 공유해 효과 더 높아

2016년 시작된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일명 내 손안의 보건소)’가 건강한 사람이나 건강 위험군을 넘어 고혈압·당뇨병 등 질환자 관리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모바일 건강관리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민간 건강관리 서비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를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보건소 중심 공공형 디지털 헬스케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국민일보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실증 연구가 진행 중인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보건소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현장을 2회에 걸쳐 취재·보도한다.

충남 논산시 보건소 직원들이 서비스를 받고 있는 산업체 근로자들을 직접 찾아가 허리둘레 측정 등 건강검진을 시행하는 장면. 논산시 보건소 제공

“매일 건강을 측정하니까 혈압도 좋아지고 당도 떨어졌어요.”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을 너무 잘해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지난달 23일 찾아간 충남 논산시 보건소에서 만난 고혈압·당뇨 환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모바일 건강관리 서비스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2021년부터 정상인이나 건강 위험군(질환 전 단계)에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온 논산은 올해 처음 만성질환자 대상 사업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해부터 전국 보건소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ICT 기반 만성질환 건강관리의 효용성을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보건소가 6개월간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 고혈압·당뇨 환자들의 건강생활습관 유지와 합병증 예방을 위해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3곳 늘어 모두 22개 보건소가 참여하고 있다.

‘논산형 모바일 헬스케어’로 시너지

논산시 보건소에는 고혈압과 당뇨, 복합질환군 32명이 등록됐다.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이들은 보건소에서 지급한 손목시계형 활동량계, 혈압계, 혈당계와 자동 연계되는 스마트폰의 ‘채움 건강’ 앱을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 받고 개인별로 맞춤형 피드백을 받는다. 매월 한 번씩 제시되는 건강 미션을 실천하면 건강 포인트나 선물 등 인센티브가 주어져 지속 참여의 동기가 된다. 보건소를 방문하지 않고도 앱만 잘 이용하면 스스로 건강관리 노하우를 키우게 되는 것. 이경희 건강정책팀장은 “활동량계를 통한 걷기 실천, 일일 식생활 실천 미션, 운동·식사 일기 입력, 약 복용 순응 등 건강습관 생활화로 자가 건강관리 능력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논산은 도농복합도시의 특성을 살린 맞춤형 서비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우선 ‘걷쥬’ ‘스마트건강 매니저’ ‘응답하라 2060’ 등 자체 운영 중인 모바일 건강관리 사업과 연계한 이른바 ‘논산형 모바일 헬스케어’를 이번 ICT 기반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참여자들에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또한 논산에 소재한 산업체 근로자들의 건강 지킴이가 되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사업 참여자 32명 중 20명이 관내 3개 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으로, 이들은 바쁜 업무로 병원이나 보건소를 직접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모바일 건강관리 서비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보건소 직원들이 직접 산업체로 출장 건강검진을 가는 적극성을 보였다. 빙그레에서 일하는 김태헌(24)씨는 “지병인 고혈압 때문에 식습관 개선과 운동에 도움이 될 듯해 시작했다”면서 “활동량계로 매일 걸음 수가 측정되고 다른 사람들과 랭킹이 매겨져 경쟁이 되니 더 신경 쓰게 된다. 보건소에서 직접 방문해 검진도 해줘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가장 많은 13명의 근로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곳 보건 간호사인 한지연씨는 “직원 건강검진결과 위험 요인이 있는 유소견자나 치료가 필요한 질환자가 많았다. 개인이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건소와 연계하면 잘 되겠다 싶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이런 적극적인 참여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32명 전원이 중도 탈락 없이 사업 참여를 100% 완료했으며 서비스 만족도도 100점 만점에 83.4점으로 높게 나왔다. 또 건강행태 5개 지표(저염 선호율, 5일 이상 아침 식사 실천율, 유산소 신체 활동 실천율, 걷기 실천율, 영양표시 독해율) 중 1개 이상 개선 비율이 40.6%, 건강위험 요인 5개(혈압, 공복혈당, 허리둘레, 중성지방, HDL콜레스테롤) 중 1개 이상 감소 비율은 25%로 분석됐다. 또 수축기·이완기 혈압 모두 개선율은 46.9%, 3개월간의 평균 혈당 조절 지표인 당화혈색소 수치가 0.1% 이상 감소한 비율은 37.5%로 나타났다.

서산, 가족 지지 방안 큰 힘

충남 서산시 보건소 간호사가 지난 9월 초 중간 건강검진을 위해 방문한 모바일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대상자에게 스마트폰 앱 구동을 돕고 있다. 서산시 보건소 제공

지난달 24일 방문한 충남 서산시 보건소에는 당초 목표(50명)를 초과한 54명의 만성질환자가 모바일 건강관리를 받고 있었다. 농공산업단지가 많은 이곳 역시 관내 사업장과 연계한 직장인 건강관리가 주된 관심사였다.

보건소는 5개 산업체에 공문을 보내 서비스 참여를 요청했고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 근로자 7명이 선뜻 나섰다. ‘건강친화기업’ 지정을 받기도 한 현대모비스는 직원 건강관리에 적극성을 보였다. 이곳 보건 관리자인 서아로미 간호사는 “지역 사회 의료자원을 활용하면 사업장과 지역 모두에 도움 되겠다고 생각했고, 이점을 강조해 건강검진 요관찰자 및 유소견자들 참여를 독려했다”고 했다. 20년 전 고혈압 진단을 받은 직원 A씨는 “혼자서 식사·운동을 하다 보니 관리해 주는 사람이 없어 못 하거나 의지가 약했다. 이 서비스는 보건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주니까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어떤 영양을 섭취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잘못하고 있다면 바로잡아주는 것이 좋은 점”이라고 했다. 서 간호사는 “올해 최종 결과를 보고 좋으면 내년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산은 특히 동네의원의 적극적인 협조로 6명의 대상을 모집했다. 의원에서 여건상 충분히 못 해주는 영양·운동 상담을 보건소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환자가 보완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아울러 건강생활 실천을 독려하기 위해 ‘가족 지지 방안’을 도입한 것도 이곳만의 전략이다. 임향미 건강증진팀장은 “환자와 가족의 동의 아래 건강검사 결과를 공유해 가족 구성원의 정서적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년 전 혈압, 2년 전 당뇨 진단을 받은 김연옥(59·여)씨도 딸(22)과 함께 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 김씨는 “딸과 서로의 건강 수준을 알고 있으니 힘이 되고 부족한 부분을 챙겨주게 된다”며 웃었다.

논산·서산=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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